최재형 "한국 정치내전 끝낸다"…출마선언부터 尹과 차별화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6월 28일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한 뒤 37일 만이다. 그가 출마선언문에 눌러 담은 핵심 키워드는 ‘통합’과 ‘미래’였다. 최 전 원장은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을 ‘지긋지긋한 분열적, 정치적 내전 상태’라고 규정하면서 “저는 정치적인 부채가 없는 사람으로 이 나라를 통합으로 이끄는 데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를 언급할 땐 “국가가 오히려 절망에 갇힌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국민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마음껏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미라클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1.8.4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미라클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1.8.4 국회사진기자단

 
최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고려해 온라인 방식으로 출마선언식을 열었다. 약 5000자 분량의 출마선언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과 50여분 간 질의응답을 나눴다. 다양한 국가 현안에 대한 ‘최재형의 해법’을 처음으로 밝히는 자리였다.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가 4일 오후 유튜브 채널 최재형 TV를 통해 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예비후보가 4일 오후 유튜브 채널 최재형 TV를 통해 20대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전 원장은 출마선언문 서두에서 감사원장직 사퇴 이후 제기된 중립 위반 논란부터 언급했다. “감사원장으로 있으면서 현 정권의 일이라도 검은 것은 검다고 하고, 흰 것은 희다고 했다”며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국가가 무너져간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선 감사원장 시절 경험을 들면서 “대통령의 한마디에 국가 근간이 되는 정책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집행되는 것을 봤다”며 “정치적 목적의 매표성 정책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것도 봤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자 미래 세대의 짐이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장 사퇴 배경을 설명하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려고 했는데 벽에 부딪혔다. 그 벽은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정권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원칙을 허물고, 정치적 목적 달성에 필요하면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분열시키는 데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가 미래에 대한 본인의 구상도 선언문에 비중 있게 담았다. 경제·청년·교육·복지·외교 등 분야를 나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제일 먼저 언급한 건 ‘시장경제 회복’이었다. 최 전 원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이념을 앞세웠던 정책 운용을 확 바꿔야 한다”며 “자유와 자율, 혁신과 창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장 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청년 문제는 ‘기업 살리기’와 연계했다. 그는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그래야 청년이 일하고 싶은 민간 부문의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성 노조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공교육 정상화, 지속가능한 복지와 연금제도 개혁,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정책 전면 재구축, 확고한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는 안보 태세 구축을 선결 과제로 언급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미라클스튜디오에서 20대 대선 출마선언에 앞서 지지자들과 OX 퀴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미라클스튜디오에서 20대 대선 출마선언에 앞서 지지자들과 OX 퀴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 신인인 최 전 원장의 이날 출마선언은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그의 당면 과제는 지지율에서 앞서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넘어설 수 있느냐, 또 본선에서 여당 후보와 맞서 승리할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확신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느냐다.
 
그는 이날 윤 전 총장에 대해선 “훌륭한 분이다. 함께 경쟁하면서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뤄가겠다”고 말했지만, 출마선언에선 '윤석열과의 차별화' 전략이 곳곳에서 읽혔다.
 
윤 전 총장이 '반(反)문재인'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최 전 원장은 이날 “과거에 얽매여서는, 우리의 힘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국민 통합 쪽에 더 방점을 뒀다. 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긴 했지만, 윤 전 총장이 출마선언 때 썼던 "국민 약탈" "오만한 정권" "무도한 행태" 등의 날 선 표현에 비하면 강도가 약했다.
 
최 전 원장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결국 통합의 당위성으로 연결지으려 했다. 정부가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가르고”, “늘 국민 위에 있었으면서 국민 발목을 잡고” 있으니, 자신은 “진영과 계파에 휘둘리지 않고 각 분야 최고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임명해 국정을 상식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논리였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현 정부와 반목하며 반문 이슈를 선점한 윤 전 총장의 약점이 ‘국민 통합’이라는 걸 최 전 원장이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저에게 미담제조기라 하시지만, 사실은 국민들께서 당연히 하고 계시는 것들"이란 표현 역시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는 윤 전 총장과의 대비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다. 또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 선언과 달리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의 정책적 비전을 포함시킨 것도 특징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를 연일 때리고 있는 최 전 원장은 출마선언 때도 이 지사를 콕 집어 비판했는데, 정치권에서 “민주당 유력주자와 대결 구도를 형성해 경쟁력을 부각하는 전략”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 전 원장은 이날 “복지는 국민의 혈세를 자기 돈처럼 뿌려서 표를 사는 것이 아니다”며 “깨어 있는 국민만이 포퓰리즘이라는 복지의 타락을 막을 수 있다”고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 지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선 “기본소득은 현실적이지 않고 국민에게 정직하지 않은 공약”이라며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것으로 정말 국민을 위한 공약인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연합뉴스

최재형(왼쪽) 전 감사원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경록 기자, 연합뉴스

 
최 전 원장 측은 윤 전 총장의 대항마로 부각되고, 정권 교체 카드로 떠오를 수 있는 첫 관문을 두 자릿수 지지율 달성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지지율을 10% 중반 이상으로 끌어올려 11월 9일 최종 경선까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족한 인지도가 고민이다. 이날 최 전 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지지율은 언제든지 오르고, 내리고 하는 것”이라며 “상품은 괜찮은데, 인지도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재형 다움’을 보여서 지지율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출마선언 다음 날인 5일부터 고향인 경남 진해, 대구 등 영남지역을 돌며 지역 민심 공략에 나선다. 보수 텃밭인 영남 지역의 표심을 자극해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삼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