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주지사 형 대응 전략 짠 앵커 동생" 쿠오모 '형제의 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오른쪽)가 지난해 동생인 크리스 쿠오모 앵커가 진행하는 CNN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족 이야기로 설전을 벌였다. [사진 CNN 화면캡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오른쪽)가 지난해 동생인 크리스 쿠오모 앵커가 진행하는 CNN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족 이야기로 설전을 벌였다. [사진 CNN 화면캡처]

 
미국 CNN방송의 스타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가 형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성추행 혐의 대응 전략 수립을 도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주 검찰이 전날 발표한 수사 보고서에 쿠오모 앵커의 역할이 자세히 기술됐다면서다.
 
쿠오모 앵커는 전날 진행한 뉴스 쇼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서 형의 성추행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는 수사 발표 소식을 아예 전하지 않았다. 
 
이해충돌과 언론 윤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방송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 앵커는 주지사의 최측근 그룹이 대응 전략을 논의할 때 꾸준히 참석했다. 주지사의 선임 보좌관은 수사팀에게 "함께한 지 오래됐고,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대응팀을 소개했다.
 
쿠오모 앵커는 지난 2월 28일 주지사가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 초안을 회람한 이메일 수신자 중 한 명이었다. NYT는 쿠오모 앵커가 단어 선택(wording)에 관여했지만, 주지사가 발표한 입장문 전체를 작성했는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가 형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입장 발표문에 들어갈 문구를 쓴 이메일.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가 형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입장 발표문에 들어갈 문구를 쓴 이메일.

 
수사팀은 쿠오모 앵커가 주지사 입장문에 들어갈 참회의 문장 여럿을 써서 보낸 이메일을 보고서 부록에 첨부했다. 
 
정치 컨설턴트인 리스 스미스는 주지사를 돕는 사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크리스는 여기에 뉘우침을 충분히 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주지사 공보국장과 비서실장이 쓴 이메일에도 쿠오모 앵커가 수신인으로 포함됐다.
 
검찰 수사팀은 쿠오모 앵커를 참고인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수사를 위해 인터뷰한 179명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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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보고서가 발표된 전날 쿠오모 앵커는 황금시간대인 오후 9시 진행하는 뉴스 쇼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서 이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온종일 모든 CNN 프로그램이 주지사의 성추행 수사 결과를 톱 뉴스로 다룬 것과 비교됐다. 
 
쿠오모 앵커는 지난 5월 형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CNN 시청자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잘못된 일(mistake)"이라고 머리를 숙이면서도 자신은 "가족이 1번, 일은 2번인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쿠오모 형제는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을 휩쓸 때 기자와 취재원으로 신선한 '케미'를 선보였다.
 
뉴욕에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질 때 쿠오모 주지사는 매일 확진자와 입원환자, 사망자 수를 브리핑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학적인 방역에 힘쓰는 모습은 코로나19를 경시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코로나19 영웅'으로 떠올랐다.
 
쿠오모 주지사는 동생이 진행하는 CNN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전하다가 둘 중 누가 엄마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인지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 지쳐있던 미국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쿠오모 주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 보좌관의 고발이 처음 나왔고, 이후 여러 명의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3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4개월여 수사 끝에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여성 공무원 등 11명을 성추행했다고 발표하면서 쿠오모 형제는 함께 어려움에 부닥쳤다. 
 
쿠오모 주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혐의를 부인하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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