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도 번트"…작전에 익숙, 사무라이 재팬의 '스몰볼'

4일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꺾은 이나바 아츠노리 일본 감독. [AP=연합뉴스]

4일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꺾은 이나바 아츠노리 일본 감독. [AP=연합뉴스]

 
'스몰볼'은 일본 야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장타에 의존하는 '빅볼'과 달리 번트를 비롯한 작전으로 점수를 짜낸다. "재미없다" "현대야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혹평도 받는다. 하지만 1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스몰볼'은 그 위력을 발휘한다. 도쿄올림픽 결승에 안착한 '사무라이 재팬'의 힘이다.
 
4일 도쿄올림픽 준결승 한·일전에서 일본은 '야구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나바 아츠노리 일본 감독은 0-0으로 맞선 3회 말 8번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우전 안타로 출루하자 후속 카이 타쿠야에게 희생 번트를 지시했다. 카이는 연속된 번트 실패로 노볼-2스트라이크까지 볼카운트가 몰렸다.
 
하지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으로 우전 안타를 때려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일본은 무사 1, 2루에서 야마다 테츠토의 희생번트, 사카모토 하야토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첫 득점을 올렸다. 2개의 작전과 하나의 외야 플라이가 만든 결과였다.
 
추가 득점도 비슷했다. 일본은 1-0으로 앞선 5회 초 선두타자 야마다가 2루타로 출루했다. 이어 후속 사카모토의 큼지막한 우익수 플라이 때 야마다가 3루까지 진루, 요시다 마사타카의 적시타로 2점째를 뽑았다. 아웃되더라도 주자를 진루시킨 사카모토의 타격이 추가점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반면 한국은 1회 초 1사 2, 3루에서 팀 배팅을 하지 않았다. 풀스윙으로 일관한 양의지와 김현수가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돼 기선 제압 기회를 날렸다. 2-2 동점을 만든 6회 초 1사 1, 2루에서도 오재일과 오지환이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일본은 번트, 진루타를 비롯한 '스몰볼'로 한국을 압도했다. 선수들은 벤치 작전을 그라운드에서 구현했다. 이나바 감독은 경기 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줬기 때문에 다 함께해서 이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일본은 왜 '스몰볼'을 하는 걸까. SSG 랜더스 운영팀 소속인 나카니시 카즈미는 "일본은 고등학교 때부터 팀 컬러가 스몰볼에 맞게 잡혀 있다. '고시엔'(전국 고등학교 야구선수권대회)에선 한 번 패하면 탈락하니까 1점에 대한 간절함이 더 강하다. 한국에선 3~4점이 잘 뒤집히지만, 일본에선 큰 차이다. 1점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며 "옛날부터 해왔던 거니까 선수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4번 타자도 번트를 한다"고 했다. 카즈미는 추쿄대 부속 추쿄고교 출신으로 이나바 감독의 고등학교 후배다. 고교 3학년 때는 주전 3루수 겸 팀의 부주장으로 고시엔 8강까지 경험했다.
 
그는 "일본에선 안타가 연속으로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에 무사 1루보다 1사 2루를 일단 만들어놓고 시작하려고 한다. 번트한 선수에 대한 가치도 높게 쳐준다"고 말했다. 일본 선수들은 몸에 밴 듯 작전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큰 것 한 방을 의식하지 않고 '팀 배팅'을 한다. 준결승 희비가 엇갈린 가장 큰 이유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