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강남 집값 올리나" 전문가가 본 李·李 부동산 정책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33평형짜리 집에서 네 가족이 역세권에서 월세 60만원에 평생 살 수 있게 하겠다.”(이재명 경기지사)
“자녀를 키우는 40대 무주택자도 입주 가능한 중형 평수 아파트도 충분히 공급하겠다.”(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여권 대선주자 간의 부동산 공약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 지사가 ‘기본주택 100만호’를 골자로 한 공급 대책을 지난 3일 꺼내자 이 전 대표는 하루 만인 4일 ‘서울공항 택지 개발’로 대응했다.
 
“어느 대선보다 부동산 공약이 중요한 선거”(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라는 진단이지만 두 주자의 부동산 공약은 논란도 적지 않다. 중앙일보는 5일 부동산 및 실물경제 전문가 8명에게 두 주자 부동산 공약에 관한 현실성과 재원 등에 관한 평가를 요청했다.
 

“월세 60만원으론 건축비 조달도 안 돼”

이 지사의 ‘기본주택’은 30년 이상 장기공공 임대주택을 소득과 관계없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정책이다. 이 지사는 임기 5년 중 주택 250만호를 공급하고 그중 100만호는 기본주택으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공급 위치는 특정하기 어렵고, 그래서도 안 된다”(3일, 이 지사)는 설명이지만, 집값 안정을 위해선 공급지가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해 건축되는 기본주택 20만호의 예산은 연 44조원(1채당 2억2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55조7000억원) ▶공공임대주택 담보대출 ▶공사채·펀드·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주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주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다수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근교에 100만호를 지을 부지가 없다. 임대주택 위주로 짓겠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며 “주택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유권자들 심리와도 정반대”라고 말했다. 김진수 건국대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월세 60만원은 서울 주요 역세권 33평형 월세의 4분의 1 수준이어서 임대주택 건축비 조달도 어렵다”며 “결국 대규모 공공재정이 투입되거나, 시범사업처럼 형식적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재명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재명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공공임대 주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한다’는 계획도 비판받았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공임대 주택은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여서 이를 담보로 시중 자금이 흘러 들어가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 자체가 긍정적이다. 주택도시기금 활용책도 구체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서울공항 이전? 강남과 묶여 땅값 폭등”

이 전 대표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일대 서울공항 이전 부지(230만㎡)에 3만호, 인근 지역에 4만호 등 총 7만호를 공공주도로 짓겠다는 공약을 냈다. “인구 10만명의 스마트 도시로 재탄생 시키겠다”(4일, 이 전 대표)는 취지다. 대상은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구 등 무주택자 위주다. “임대주택에만 국한하지 않고 정상 분양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이낙연 캠프 인사)는 게 이 지사와의 차이다. 이 전 대표는 인접 지역의 투기 가능성 대해선 ▶그린벨트 보호 ▶개발이익환수금 20→50% 상향 ▶전매제한(10년) 등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공항 부지를 활용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공항 부지를 활용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바로 남쪽에 위치한 입지 탓에 집값 폭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공항 부지는 입지상 강남구 삼성역 인근부터 남쪽으로 이어지는 강남 벨트의 연장선”이라며 “국유지여서 공급 가격이 싸고,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도 낮게 책정되는데 추후 가격 상승요인이 크다 보니 서민들은 못 가는 ‘로또 분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교수도 “서울공항 이전으로 주변 지역 고도제한이 풀리면 강남권 전체의 부동산값 폭등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낙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낙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7만호’ 공급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정규 교수는 “고밀도 개발을 하더라도 7만호로는 부족하다.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공급대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공급을 유도해 공급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국토보유세 vs 토지독점규제 

이 지사는 국토보유세를 모든 토지에 부과해 세수 전액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토보유세 역시 토지이용자인 임차인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세금을 걷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보다, 세금 자체를 부과하지 않는 게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는 1인당 1320㎡(400평·서울 및 광역시 기준)로 택지 보유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 등의 ‘토지독점규제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을 공약으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최인호 남서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99년 헌법 불합치 판결로 폐기된 택지소유상한법이 자산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지나친 부동산 시장 개입 및 규제로 시장의 왜곡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주자 모두 문재인 정부의 28번에 걸친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은 공통적이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 정책은 시장 안정을 주지 못했는데 주자들은 더 강한 규제를 꺼냈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