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중병설까지 도는데 깜깜…탈레반 '톱 투' 행방 미스터리

탈레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그는 최근 정부 구성 과정에서 하카니 네트워크와 갈등을 빚으며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13일(현지시간) 바라다르는 음성 공개를 통해 "나는 문제가 없다"고 부인했다. [AFP=연합뉴스]

탈레반 2인자로 알려진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그는 최근 정부 구성 과정에서 하카니 네트워크와 갈등을 빚으며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13일(현지시간) 바라다르는 음성 공개를 통해 "나는 문제가 없다"고 부인했다. [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2.0’ 정부가 출범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작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60대 추정)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기다 2인자로 꼽히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53ㆍ추정)는 세력 다툼으로 부상 또는 사망했다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오랜 기간 은막의 통치를 해온 탈레반 지도부의 특수성이 새로운 아프간 과도 정부의 투명성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도부의 행방이 묘연할수록 탈레반 정권의 안정성이 의심 받기 때문이다. 
 
실각ㆍ건강 이상설에 먼저 불을 지핀 건 탈레반의 2인자로 알려진 바라다르였다. 그는 지난해 카타르에서 미국, 아프간 옛 정부와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탈레반의 공식 실세로 부상했다. 그는 차기 아프간 과도정부의 총리로도 거론됐지만, 7일 정부 구성 발표에서 부총리로 임명됐다.  
 
이 같은 내각 구성을 놓고 수주 전 바라다르가 차기 아프간 내각 구성 논의하는 과정에서 탈레반의 또다른 세력인 ‘하카니 네트워크’와 갈등을 빚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지도부 간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바라다르가 피격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CNN은 실제 바라다르가 이달 초 이후 언론 노출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라다르는 지난 5일 유엔 인도주의 사무차장 겸 긴급구호조정관과 탈레반 관리들이 회동한 자리에는 참석했지만, 12일 카타르 외교부 장관과 탈레반 지도부 회담에는 불참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바라다르 측은 13일 39초 분량의 오디오 녹음을 공개했다. 그는 “나는 최근 며칠 간 여행을 떠나 있다”며 “일부 언론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 100% 보장한다”고 밝혔다. 바라다르는 수행원이 받아 적었다는 바라다르의 메모도 공개했다. 그러나 CNN과 프랑스24등 서방 매체들은 “비디오 영상·이미지가 공개되지 않아 실제 바라다르의 육성인지는 검증되지는 않았다”며 또다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 [연합뉴스]

탈레반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 [연합뉴스]

 
탈레반이 지난 7일 최고 지도자이자 사령관이라고 발표한 아쿤드자다의 행방은 더더욱 미스터리다. 아쿤드자다는 2016년 파키스탄 퀘타 회의에서 탈레반의 최고 수장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 5년 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아쿤드자다는 과도 내각 발표 당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성명으로만 “미래 아프가니스탄의 통치와 삶의 모든 문제는 신성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의해 규제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아쿤드자다의 행방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그는 수주 전부터 칸다하르에 머무르고 있으며 곧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쿤드자다가 실제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아쿤드자다가 이미 사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지난해 그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지난해 6월 탈레반 군 고위 관계자인 물라위 무하마드 알리 아흐메드는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아쿤드자다의 감염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당시 “우리 지도자는 아프지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탈레반 최고위층에 대한 풍문이 여전한 것을 두고, 여전히 불안정한 탈레반 내부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지난달 탈레반이 카불 등 전국을 습격하며 SNS에 엄청난 양의 영상을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했지만, 이는 수십년 동안 게릴라 활동을 했던 탈레반 지도부에게는 여전히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앞서 탈레반은 조직의 초대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가 2013년 결핵으로 사망했을 때도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그의 사망이 공식화된 것은 2년 뒤인 201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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