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나이들수록 새로운 음악 듣지 않는다? 진실은…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47)  

 
뉴트로가 유행이 되면서 LP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80년대 초반생인 내게 LP의 추억은 없다. 나의 유년 시절은 카세트테이프였다. MZ세대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나 봤던 카세트 데크로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를 녹음하고, 마이마이로 듣던 세대다. 좋아하는 노래는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듣던 당시에는 음질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나는 세기말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는 CD플레이어가 유행이었다. 친구들이 하나씩 가지고 나타나자 철이 없게도 부모님을 졸라서 하나 장만했다. 당시 CD 플레이어가 10만 원이 넘는 고가였는데, CD 자체도 테이프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쌌다. CD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듣고 또 들어도 좋은 음질로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원하는 곡을 듣기 위해 그만큼 다양한 앨범을 구매해야 했다. 테이프처럼 좋아하는 노래를 따로 편집해서 나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 수 없다는 것도 아쉬웠다.
 
다들 자기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 unsplash]

다들 자기만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 unsplash]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과 ‘소리바다’라는 온라인 서비스로 말미암아 MP3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음악은 마치 지금 포털의 신문 기사 같은 공공재로 느껴졌다. 어디서나 손쉽게 공짜로 MP3를 다운 받을 수 있으니,  MP3 플레이어만 사면 됐다. 나의 첫 MP3 플레이어는 16메가짜리였는데, 5~7곡 정도를 담을 수 있었고 크기는 CD플레이어의 반도 되지 않았다.

 
MP3플레이어의 기능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메모리 용량에 크기는 점점 작아졌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256메가짜리 아이리버 MP3는 내 청춘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싸이월드 사진첩과도 같았다. 아마도 200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MP3 파일의 마구잡이식 다운로드는 예고된 파멸을 맞이했다.
 
국민 MP3로 불린 아이리버 제품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사진 ebay]

국민 MP3로 불린 아이리버 제품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사진 ebay]

 
멜론에 헤드폰 단자를 꽂는 광고로 눈길을 끌며 등장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처음에는 망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샀다. 누구나 공짜로 음악을 듣는데, 미쳤다고 매달 돈 내고 음악을 듣는단 말인가? 더구나 그때는 와이파이 등 인터넷 환경이 현재보다 좋지 않았다. 집에서 PC로 스트리밍할 때도 버벅대기 일쑤였는데, 이동할 때는 더 심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때마침 저작권을 위반하는 불법 MP3 다운로드에 제재가 가해지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미 사람들은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기게 되었기 때문에, 관성적으로라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었다.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인해주면서 확산에 가속도가 붙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유료로 음악 듣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미 기술의 편리함을 느꼈는데 다시 CD를 구매해 듣기도 번거롭고, 어둠의 루트로 MP3를 불법 다운로드하는 방법도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도 한 달에 몇천 원 정도는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신사에서 할인해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그러다 은근슬쩍 할인이 종료되고 이용료가 늘어나자 다른 저렴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써보기도 하고, 곡 수에 따라 결제되는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도 했다.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쓰지 않는다. 이유는 매달 고정비로 나가는 이용료만큼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동영상 사이트에서 광고를 본 뒤 무료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5G 등 또 다른 기술의 개발이 또다시 음악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발전은 음악산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사진 unsplash]

스마트폰의 발전은 음악산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사진 unsplash]

 
나이가 들수록 음악을 점점 듣지 않게 된 것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33세부터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몇 년 전 스포티파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인데, 사람들은 새로운 음악을 젊은 세대의 음악으로 치부하기 쉽고 본인이 어릴 때 듣던 음악을 찾는 성향이 있어서 나이 들수록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예전보다 음악을 듣는 시간은 훨씬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저 연구의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음악을 듣는 시간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대체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팟캐스트 등 음악 이외에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오디오 콘텐트가 많아졌고,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동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광고만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요즘에는 광고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 그러니 매달 돈 내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용할 이유가 없다. 결코 나이 들어서 음악을 안 듣는 게 아니다. 중년 아저씨지만 나도 BTS 신곡 나오면 동영상 사이트에서 뮤직비디오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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