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미 전기차 발명…너무 앞서서 실패한 천재의 죽음

2006년 7월 12일 접이식 자전거인 A-바이크를 선보이는 클라이브 신클레어. AFP=연합뉴스

2006년 7월 12일 접이식 자전거인 A-바이크를 선보이는 클라이브 신클레어. AFP=연합뉴스

영국의 천재 발명가 클라이브 싱클레어(81) 경이 16일(현지시간) 암 투병 끝에 런던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17년간 영국 멘사 회장을 지낸 싱클레어는 세계 최초로 휴대용 계산기를 만들고 가정용 컴퓨터를 상용화를 이끈 유명 발명가이자 사업가다. 

싱클레어는 엔지니어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14살에 잠수함을 설계할 정도로 기계 제작 등에 재능을 보였다. 17살 때 학교를 그만둔 후 대학 진학 대신 취미로 소형 전자 키트를 판매했고, 창업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 언론사에서 4년간 기술 담당 기자로 일했다. 이후 196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첫 회사를 설립했고, 1972년엔 휴대용 계산기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클라이브 싱클레어가 발명한 가정용 컴퓨터 ZX80. 기존 제품 가격의 5분의1 수준으로 판매해 영국 가정용 컴퓨터의 상용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튜브 캡처

클라이브 싱클레어가 발명한 가정용 컴퓨터 ZX80. 기존 제품 가격의 5분의1 수준으로 판매해 영국 가정용 컴퓨터의 상용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튜브 캡처

그의 대표작은 가정용 컴퓨터다. 1980년 첫 제품 ZX80을 기성 제품의 5분의 1 수준인 99.95파운드(약 16만원)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놔 화제를 모았다. 1년 뒤 이보다 더 저렴한 69.95파운드에 내놓은 후속작 ZX81는 25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후 나온 ZX스펙트럼까지 잇따라 성공하면서 그는 백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당시 그가 기록한 수익만 연간 1400만 파운드(약 227억4500만원)에 달했고, 컴퓨터 산업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14살에 잠수함 설계…80년대에 전기자동차 발명

클라이브 싱클레어가 1985년 출시한 1인승 3륜 전기자동차 C5. 유튜브 캡처

클라이브 싱클레어가 1985년 출시한 1인승 3륜 전기자동차 C5. 유튜브 캡처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다. 1985년 1월 공개한 1인승 3륜 전기자동차 C5가 대표적이다. 지금의 구글 무인자동차에 비견될 만큼 당시로선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주목받았지만, 낮은 차체로 인한 시야 확보 등 안전상의 문제로 시장에선 인정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재정난을 겪기도 했다. 일각에선 세상을 너무 앞서 나간 천재의 ‘위대한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3년 출시한 평면 스크린 휴대용 텔레비전(TV) 싱클레어 TV80 역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싱클레어의 딸 벨린다 싱클레어(57)는 가디언에 “아버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을 즐기셨다”며 “(전기차 등 시장에서의 실패에 대해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발명품일지) 상상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걸 (시장에서) 원하는지 물어볼 이유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싱클레어 본인도 자신의 발명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벨린다는 “아버지가 휴대용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싱클레어는 과거 인터뷰에서 “이메일은 물론 인터넷을 쓰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라이브 싱클레어가 발명한 휴대용 TV. 유튜브 캡처

클라이브 싱클레어가 발명한 휴대용 TV. 유튜브 캡처

10년 넘게 암과 투병하면서도 발명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투병 중이던 지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출시했다. 2006년 출시한 접이식 자전거 A-바이크의 전기 버전이다. 그가 생전에 발명에만 몰두한 건 아니다. 생전엔 마라톤이나 시, 포커 등을 즐기는 취미 부자이기도 했다. 유명 포커 클럽의 TV쇼에 출전해 우승한 적도 있다. 벨린다 외에 아들 크리스핀(55)과 바돌로뮤(52) 등 자녀 셋을 뒀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