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준석 "입맛대로 유튜브만 봐선 정권교체 요원"

  
오는 18일 취임 100일을 맞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승리 전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는 공적인 이유는 차치하고, 이기적인 관점에서도 제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대선 승리 외에는 정치적 지향점이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떨쳐내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당 안팎의 낙관론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유튜브)알고리즘은 본인이 보고 싶어 할 영상만 추천해준다”며 “이걸 보고 ‘내 주변엔 문재인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여론조사는 조작됐다’ 같은 비과학적 언어로 선거를 바라보는 사람이 늘수록 정권교체는 요원해진다”고 말했다. 20·30세대에 대해서는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에는 높은 기대치가 뒤따른다”라며 “한 번 선거에 이겼다고 변화와 개혁 의지가 약해지면 젊은 세대는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고발 사주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대표는 “문건 생성 뒤 김웅 의원만이 전달 경로였는지 의문”이라며 “문건 생성 주체부터 검찰이 빨리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선 “우리 후보자(윤석열 전 검찰총장)와의 과거 인연을 언급하며 협박성 입막음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당 대선 경선 TV토론에서 홍준표 의원이 ‘조국 사태’ 수사에 “잘못된 수사는 아니지만 과잉수사”라고 발언한 걸 두곤 “그런 다양성이 토론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따릉이 타고 출근…20·30에서 팬덤 형성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이 대표는 지난 6월 11일 주호영 전 원내대표, 나경원 전 의원 등 쟁쟁한 중진들을 꺾고 첫 30대 제1야당 대표가 됐다. 취임 초기부터 지하철과 서울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변인을 선임하는 관례를 깨고 ‘토론배틀’을 통해 당 대변인을 선발하기도 했다. 여의도 문법을 깨는 행보로‘이준석 현상’을 일으켰다는 호평이 나왔다.


보수정당에 대한 20·30세대의 지지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 이 대표 선출 뒤 약 15만명의 신규 당원이 입당했는데 이중 상당수가 20·30세대라고 한다. 이 대표를 ‘준스톤’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팬덤을 자처하는 젊은 층이 상당하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무산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입당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하는 대선 플랫폼도 완성됐다.

“당 대표가 대선주자와 기싸움” 우려도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아슬아슬한 발언과 경험 미숙 등으로 리더십 위기의 순간도 없진 않았다. 지난 7월 재난지원금 협상 과정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덜컥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로 번복한 게 대표적이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을 두곤 야당 내에서도 “쓸데없이 반통일세력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필요가 없다”(권영세 의원)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특히 이 대표가 대선 주자들과 기 싸움을 벌였을 때마다 당내에선 우려스런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지난달 “이 대표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곧 정리된다’고 발언했다”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폭로가 나오고, 이에 이 대표가 녹취 파일을 공개했을 때에는 “사적 대화를 공개하다니 부적절하다”는 뒷말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이 7월 30일 이 대표가 지역 일정을 위해 내려간 사이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하자 ‘당대표 패싱’ 논란도 일었다. 당 지도부 일정에 윤 전 총장이 불참하고 이후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토론회를 추진했을 때는, 윤석열 캠프 일각에서 ‘윤석열 죽이기’라는 반발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의 지지를 얻는 데 이 대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일단 최종 후보가 선정되면 당 대표가 부각될 게 아니라 대선 주자가 당의 주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