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방역전선 무너진다…공공병원 3곳 간호사 674명 사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간호사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간호인력기준 발표하지 않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간호사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간호인력기준 발표하지 않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간호인력 기준 아직…복지부 합의도 봐야” 

 
서울시가 최근 공공병원 간호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인력 부족을 호소한 것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공 간호사 1명당 적정 환자 수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보건복지부의 세부 실행방안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공병원 간호사들은 “코로나19 국내 상륙 이후 3개 병원에서만 총 670여명이 사표를 던졌다”며 “더 기다리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17일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염병동 간호 인력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은 마무리 단계라고 전달받았다”며 “가이드라인을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현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가 9월까지 코로나19 중증도별 간호사 배치기준을 마련하기로 돼 있다”며 “지자체인 서울시는 이 합의안과 연구용역 결과를 준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3개 병원서 674명 사직…기준 발표하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공공성 강화 및 필수인력 충원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공공성 강화 및 필수인력 충원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공공병원 간호사들은 “더 기다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가 마련한다는 인력 기준과 세부 실행계획은 2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는 발표만 하면 되는 안(案)을 손에 꼭 쥐고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8개월간의 노력과 연구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그간 서울시 연구용역에 최선을 다해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근무가 끝나고도 따로 모여 간호행위마다 얼마의 시간이 더 소요되는지 일반병동과 (감염병동을) 비교해 자료를 만들어 전달했다”며 “최대한 많은 정보와 사례를 가지고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도왔는데, 서울시는 아직도 기다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차일피일 미뤄진 탓에, 코로나19 국내 상륙 이후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의료원에서만 총 674명이 사직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큰 틀 합의했지만…“구체적 대책 필요”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와의 노정합의에 대해 "구체적 대책이 빠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료연대본부 홈페이지 캡처]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일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와의 노정합의에 대해 "구체적 대책이 빠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의료연대본부 홈페이지 캡처]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일 노정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의료인력 기준 마련 ▶공공병원 신축·이전신축·증축 지원 등에 합의한 상태다. 또 지난 15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70개 의료기관(지방의료원·민간 중소병원·특수목적 공공병원 등)이 참여한 산별중앙교섭에서 ▶주휴일·휴무일·생리휴가(보건휴가)·법정 공휴일·연차휴가 사용 등을 자유롭게 보장하기 위한 필요 인력 확충 ▶최소 10일 전 근무표 공지 및 확정 근무표 변경 금지 등 사항이 합의됐다.

그러나 의료연대는 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와의 노정 합의에 대해서도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몇 명으로 줄인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빠졌다”며 “공허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 사이 개별 공공병원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날 의료연대본부 소속인 서울대병원 노조는 “그동안 12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병원 측이 인력 충원이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기로 결의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공공성 강화 및 필수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중 'SOS'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공공성 강화 및 필수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2021년 투쟁 선포 기자회견 중 'SOS'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서울대병원과 시립보라매병원은 4290명의 간호인력이 교대근무를 하고 있지만, 병가, 청가 등 휴가 대체 인력은 단 한명도 없다”며 “의료기사, 미화, 시설, 환자이송 등 그 밖의 직종도 인력이 없어 진단서만큼 병가도 쓸 수 없고 심지어는 근무 중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도 다시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 측은 “정세균 전 총리가 ‘대한민국 역사는 여러분의 헌신, 눈물과 땀을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편지 보냈던 보라매병원에 충원된 간호사 수는 코로나19 국내 상륙 후 25명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