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 63곳 중 35곳, 보안 인증 못받아 줄폐업 예고

암호화폐 시장 운명의 한 주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28개 거래소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줄폐업할 가능성이 커져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아울러 지금처럼 원화로 암호화폐를 사거나 팔 수 있는 거래소는 4곳만 남을 전망이다. 국내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하고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날까지 보안성을 입증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의 획득, 투명성을 입증하는 은행권 실명 계좌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사업자로 인정받는다. 자금세탁 범죄 방지 등을 목표로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의 적용 유예기간이 이날까지인 데 따른 절차다.

4대 거래소만 은행권 실명 계좌 확보

그런데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현재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28곳뿐이다. 규모 면에서 국내 4대 거래소로 통하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외에 고팍스·한빗코·캐셔레스트·텐엔텐·비둘기지갑·플라이빗·지닥·에이프로빗·후오비·코인엔코인·프로비트·보라비트·코어닥스·포블게이트·코인빗·아이빗이엑스·오케이비트·빗크몬·메타벡스·오아이스·플랫타익스체인지·비블록·프라뱅·와우팍스 등이다. 여기에 은행권 실명 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4대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뿐이다. 전요섭 FIU 기획조정실장은 “남은 일정을 고려할 때 이들 외에 신고하는 다른 거래소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ISMS 인증을 받는 데는 일회성 비용 수천만원이 들며, 사후 유지·관리 비용도 필요하다. 아직 ISMS 인증 획득을 신고하지 않은 영세 거래소는 이를 감당할 자금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은행권 실명 계좌 확보는 더더욱 어렵다. 시중은행들의 협조가 필요한데, 이들로선 법적 제재에 휘말릴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애초에 협업 관계가 아니었던 거래소에 갑자기 실명 계좌를 발급해줄 이유가 없다. 그럼 이제 암호화폐 시장은 어떻게 바뀌는 걸까. 투자자들의 돈은 어떻게 될까.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우선 24일까지 ISMS 인증도 은행권 실명 계좌도 못 받은 거래소는 25일부터 암호화폐 관련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폐업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이달 10일 기준 국내 거래소는 63곳이다. 이들 중 28곳을 제외한 나머지 35곳은 문을 닫아야 한다. 당국은 각 거래소가 최소 1주일 전에 영업 종료 예정일과 자산 환급 방법 등을 이용자에게 공지하게 했다. 폐업하는 경우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용자들은 예치금과 암호화폐의 출금을 영업 종료일로부터 최소 30일 이상 전담 창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이 가이드라인엔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해당 거래소가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횡령 등으로 ‘먹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당국은 발생 가능한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철저히 단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단속마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경우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은 시간과 비용 소모가 큰 법적 대응을 따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국은 폐업이 유력한 거래소를 이용 중인 투자자라면 미리 ▶예치금을 인출하거나 ▶보유 암호화폐를 팔아 인출하거나 ▶보유 암호화폐를 다른 거래소로 안전하게 옮길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17일 “미신고 사업장(거래소)을 이용하는 경우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반드시 기간 내 인출해 달라”고 투자자들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폐업이 유력한 거래소에서 아직 예치금이나 암호화폐를 빼내지 않고 있다. 해당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코인의 ‘상폐빔’ 등을 기대해서다. 상폐빔은 상장폐지를 앞둔 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가리키는 업계 속어다. 이런 코인에 투자한 ‘세력’들이 손실 만회를 위해 거액을 넣었다가 빼면서 가격이 일순간 급등하는 경우, 타이밍을 잘 맞추면 투자자로선 횡재다. 업계 관계자는 “상폐빔도 거래소가 건재할 때나 나온다”면서 “폐업이 코앞인데 상폐빔을 기대해서 무리하진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암호화폐 시장 독과점 심화 우려도

ISMS 인증을 받았더라도 은행권 실명 계좌는 확보하지 못한 고팍스 등 24개 거래소는 어떻게 될까. 이들 거래소는 이용자가 각자 계정을 통해 원화로 암호화폐를 사거나 팔 수 있는 ‘원화마켓’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 대신 비트코인으로 다른 암호화폐를 사거나, 암호화폐를 팔아 다시 비트코인을 확보할 수 있는 등의 코인 간 거래 방식인 ‘코인마켓’은 운영할 수 있다. 당국은 이들 거래소의 경우 24일까지 원화마켓 영업을 반드시 종료하도록 했다. 각 거래소 역시 17일까지 이 같은 사실을 이용자에게 공지했고, 일부는 원화마켓의 영업을 이미 종료하거나 코인마켓을 새로 열었다.

이외에 은행권 실명 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 이용자들은 앞으로도 기존처럼 원화마켓과 코인마켓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실명 계좌 발급에 대해 제휴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로 인해 사실상 4대 거래소만 위상이 더 높아지고, 독과점이 심화되면서 국내 암호화폐 시장과 블록체인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코인 발행과 상장에 나서는 블록체인 업체들이 대형 거래소 눈치를 보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