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스프맛만 챙겼다…'라면 달인'의 맛있게 끓이는 법

윤재원 농심 스프개발팀장이 본사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농심]

윤재원 농심 스프개발팀장이 본사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농심]

 
농심의 윤재원(52) 스프개발팀장은 1994년 입사 후 28년째 라면 스프 ‘한우물’만 팠다. 현재 농심의 전체 라면 브랜드가 35개이고, 봉지·용기(컵)면 등을 포함한 전체 개별 제품수는 135개. 스프개발팀을 총괄하고 있는 윤 팀장은 농심의 135개 라면·짜파게티·볶음면 스프 맛을 책임지고 있다. 

16일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에서 만난 윤 팀장에게 하루 일과를 묻자 “라면 시식을 열 번 정도 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기존 제품은 각 공장에서 생산한 스프 맛과 품질을 균일하게 하기 위해, 또 직원들이 새로 개발하는 제품의 맛도 봐야하니 그 정도 된다”면서다. 하루에 먹는 라면이 적지않다보니 자연스레 점심·저녁은 건너띄게 된다고. 

2015년 신라면 매운 맛 올렸다 

윤 팀장은 농심의 ‘간판’ 신라면을 가장 오래 맡았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윤 팀장이 입사 때 이미 라면시장 1등이었다. 그가 입사하고 얼마 후 스프개발팀에 떨어진 지시가 ‘신라면 용기면(컵라면) 출시 프로젝트’. 윤 팀장은 “당시 신라면 봉지라면이 잘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컵라면을 만들 필요가 있냐는 논란이 사내에서 지속됐다”며 “컵라면이 실패할 경우 봉지라면 명성에도 흠집이 날 수 있는터라 신라면 봉지라면 맛에 최대한 가깝게 만드느라 무척 고생했다”고 말했다. 

끓는 물에 라면을 넣는 봉지라면과 라면에 끓는 물을 붓는 컵라면은 조리법 자체가 달라 각기 면과 스프 원료 구성이 다르다. 윤 팀장은 “봉지라면은 면에서 우러나오는 맛과 스프가 조화를 이뤄 맛을 낸다면 컵라면은 사실상 스프 맛이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1997년 신라면 컵라면을 세상에 내놨고 다행히 ‘대박’을 쳤다. 윤 팀장은 이듬해 포상을 받았다. 

그는 “출시 전 당시 신춘호 농심 창업자 겸 회장께 시식용 컵라면을 올리고 최종 점검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음을 지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오동통통 너구리’ 등을 직접 작명하며 농심을 일군 고 신춘호 회장에게 신제품 출시 전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이 직접 시식용 라면을 끓여 점검을 받는 건 농심의 오랜 관례라고 한다.


윤재원 농심 스프개발팀장이 연구실에서 스프 개발을 위해 작업 중인 모습. [사진 농심]

윤재원 농심 스프개발팀장이 연구실에서 스프 개발을 위해 작업 중인 모습. [사진 농심]

 
올해로 36년 된 신라면의 맛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신라면 스프 맛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지만 크게 바뀌진 않았다”고 윤 팀장이 말했다. 그는 “잘 팔리는 제품일수록 맛이 달라진 듯, 아닌 듯 다르게 개선하는게 스프개발팀의 미션인데 그게 참 어렵다”며 “2015년 신라면의 매운 맛을 살짝 올렸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식품시장에 ‘매운 맛’ 제품이 많아지면서 ‘신라면이 왜 이렇게 안 맵냐’는 소비자 의견이 빗발치면서다.    

신라면은 원조 신라면 외에 블랙, 건면, 볶음면 등으로 가짓수를 늘려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게 국물 없이 매운 맛을 강화한 신라면 볶음면이다. 이렇게 신라면 제품을 다양하게 만드는 건 브랜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그만큼 신제품 정착 주기가 짧아져서다. 윤 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정간편식(HMR) 등 먹거리가 워낙 늘면서 신제품이 자리잡기가 어렵다. 소비자 입맛을 잡기 위해 계속 시도를 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올해 출시한 비빔면인 배홍동이 히트를 친 건 근래 가장 기쁜 일이었다고. 이달 누적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해 올해 매출 목표액을 석 달 앞서 달성했다. 윤 팀장은 “농심의 베테랑이 모여 전국의 비빔면 맛집을 돌아다니며 연구했다”며 “고추장 베이스 대신 홍고추를 넣어 깔끔한 매운 맛을 냈다”고 설명했다.

라면 맛있게 끓이려면…

농심의 ‘라면 달인’에게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을 묻자, “봉지에 적힌 조리예대로 끓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윤 팀장은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조리예로 담은 것”이라며 “물 양과 끓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 500~550ml에 4분~4분30초 정도 끓이면 된다면서다. 

그는 “요즘 편의점에서 파는 작은 생수 한 통이 딱 500ml인데, 그 정도 물을 부으면 된다. 물이 끓으면 면과 스프를 넣고 중불로 줄여 4분 정도 끓여낸다”고 덧붙였다. ‘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느냐’는 질문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끓는 물에 스프만 넣으면 물이 확 넘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고려해 면과 스프를 같이 넣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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