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 5명 중 한명은 60세 이상…고령 취업 사상 최대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70대 이상 취업자 수 역시 최대다. 이처럼 늘어난 고령 취업자는 최근 주요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만7000명 늘어난 566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8월 기준으로는 물론, 전 기간을 통틀어 최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8월과 비교하면 161만8000명(40%)이나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달 20.5%로 역대 최고다. 일하는 사람 5명 중 한명은 6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고희(古稀ㆍ70세)를 넘은 나이에 일자리를 갖는 사람도 늘었다. 지난달 7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11만7000명 증가한 171만8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70세 이상 취업자를 따로 분류하기 시작한 2018년 이래 최대다. 그간 연령별 취업자 추이를 고려하면 이번에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상 최대 기록한 고령 취업자 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상 최대 기록한 고령 취업자 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 경제의 허리 격인 30대ㆍ40대 취업 사정이 장기간 부진한 데 반해, 이른바 ‘워킹 시니어’(Working Senior)는 나홀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들어 낸 노인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 놀이터 지킴이, 교통안전 캠페인, 골목길 담배꽁초 줍기, 농촌 비닐걷이 등 이른바 ‘관제(官製) 일자리’ 들이다. 고령층의 소일거리만 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수치상 고용시장에 주는 효과가 확실하다. 예컨대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1만8000명 늘었는데 60세 이상에서 증가한 취업자 수가 전체의 4분의 3가량(72.8%)을 차지했다.

 
사회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의학 발전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노인들이 증가했다. 하지만 모아둔 돈이 적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체력이 닿는 데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시니어들도 많다. 정부가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의료 혜택도 늘렸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가 늘면서 지표상으로는 고용 상황이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핵심 근로 계층인 20~40대의 고용 여건은 악화하다 보니, 실제 구직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와 반대로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이어 “하지만 복지 측면에서는 이런 노인 일자리가 은퇴 후 노인 빈곤 문제에 도움을 주고,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 추이를 감안해 앞으로 이런 워킹 시니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고령층을 생산 가능 인구로 유입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용인시 '에코스팀세차장 효'에서 70대 이상 직원들이 세차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용인시 '에코스팀세차장 효'에서 70대 이상 직원들이 세차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2025년 즈음부터는 이른바 욜드(YOLDㆍyoung old) 세대가 70대에 편입한다”며 “이들은 과거 70대와 달리 건강하고, 지식도 풍부하며, 정보기술(IT) 능력도 갖춘 계층”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어려운 고령층을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는 국가의 책임은 강화하되, 욜드가 70대이후에도 전문성을 갖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노인친화형 일자리를 민간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