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재명 둘다 X" 호남대전앞 정세균 고향 의외의 민심 [르포]

1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동 남부시장. 추석 연휴를 맞았지만, 한산하다. 전주=김준희 기자

1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동 남부시장. 추석 연휴를 맞았지만, 한산하다. 전주=김준희 기자

"소상공인 죽어가는데 정치인들은 싸움만…"

"이낙연이고, 이재명이고 둘 다 엑스(X)다."

19일 오전 11시 전북 전주시 전동 남부시장. 50년째 이곳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한다는 이모(70)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서민과 소상공인들은 죽네, 사네 하는데 두 후보는 물론 정치인들은 자기들끼리 싸움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명절 대목 때는 손님이 바글바글했는데 코로나19가 덮친 2년간 마수걸이도 못 하고 들어갈 때가 많다"며 "장사가 안 되니 대선까지 신경을 못 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 며칠 소상공인들이 죽었는데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면 그랬겠느냐"며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씨는 "옛날에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지금은 아니다"며 "누구를 뽑아도 하는 짓이 거기서 거기"라고 했다. 그는 "이제는 대통령을 뽑을 때 당도, 고향도 중요하지 않다. 후보는 많은데 여당이든, 야당이든 참신한 인물이 없다"는 말도 보탰다.  

이재명(左), 이낙연(右). 사진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左), 이낙연(右). 사진 국회사진취재단

25~26일 호남 경선…"승패 좌우할 최대 승부처"

이날 남부시장은 추석 연휴인데도 일부 상점만 손님들로 북적일 뿐 대부분 한산했다. 추석 연휴 직후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호남권 지역 순회 경선을 앞두고 전북 민심을 듣기 위해 전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전통시장을 찾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이낙연과 이재명 둘 다 싫다", "나와 관계없는 사람이다", "그놈이 그놈이다", "묻지 말라", "대선에 관심 없다" 등의 대답도 돌아왔다.

남부시장 인근에 자리한 전주 한옥마을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해 1000만 명이 찾던 전주 한옥마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이 급감했지만, 이날은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몰려 붐볐다.

19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전주 한옥마을. 전주=김준희 기자

19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전주 한옥마을. 전주=김준희 기자

전주 남부시장·한옥마을…"관심 없어" 여론 싸늘

한 꼬치구이 전문점에서 일하는 20대 아르바이트생은 "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가 추석 연휴라 평소보다 손님이 늘었다"며 "대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지지하는 후보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옥마을에서 한복대여점을 하는 강모(60)씨 등은 민주당 경선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씨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돌파력과 추진력이 강점인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스캔들이 없고 사생활이 깨끗해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 있게 정책 드라이브를 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후보가 장·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고르기가 어렵다"며 "아직 대선 상황이 남아 있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특별히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힘도 좋은 사람이 나오면 찍어줄 텐데 지금까지 나온 후보 중에선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 13일 대선 경선 후보직을 사퇴한 데 대해서는 "우리 지역 출신이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건 지역 이기주의"라며 "국민 전체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겠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 13일 오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후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대세론 굳히기' VS 이낙연 '뒤집기 한판'

민주당 대선 경선 '1차 슈퍼위크'에서 1, 2위를 기록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오는 25일(광주·전남), 26일(전북) 열리는 호남 지역 경선을 앞두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호남은 전국 민주당 대의원·권리당원의 약 28%에 달하는 20만 표가 결집된 최대 승부처여서다.

1차 반환점을 돈 민주당 대선 후보 순회 경선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며 1위를 차지한 이재명 지사는 이른바 '호남 대전'에서도 압도적 표를 얻어 '대세론 굳히기'에 나설 각오다. 반면 2위인 이낙연 전 대표는 고향(전남 영광)이자 전남지사를 지낸 호남에서 '뒤집기 한판'을 노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가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그의 고향 전북이 민주당 1, 2위 후보인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명낙대전'의 향배를 가늠할 격전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북 유권자들의 고민은 깊다. "지역 정서상 여전히 정권 재창출 여론이 우세하지만, 이재명·이낙연 둘 중 누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돼야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는 의견이 많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19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MBC 공개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광주·전남·전북지역 생방송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추미애·김두관·이재명·박용진·이낙연 후보. 연합뉴스

19일 오후 광주 남구 광주MBC 공개홀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광주·전남·전북지역 생방송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추미애·김두관·이재명·박용진·이낙연 후보. 연합뉴스

'명낙대전' 치열…폭행 사건까지

 

양측의 신경전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전북도의회 앞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A씨가 이재명 후보 전북경선본부 공동본부장 B씨의 뺨을 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이낙연 후보 캠프는 "A씨는 캠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편 이재명·김두관·이낙연·박용진·추미애 후보는 이날 오후 3시 광주 MBC 사옥에서 열린 민주당 제20대 대선후보자 광주·전남·전북지역 생방송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재명·이낙연 두 후보는 이날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토론회 준비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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