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팔려도 괜찮아, 많이 남으니까”…반도체 부족에 웃는 車업계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업체는 생산 차질을 빚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완성차. 뉴스1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업체는 생산 차질을 빚고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에 대기 중인 완성차. 뉴스1

 
지난 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 모인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CEO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해 "정말로 큰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CEO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그다음 해에야 완화될 것"이라고 했고, 군나르 헤르만 포드 유럽이사회 의장은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완성차업계의 우려와 달리 올해 글로벌 완성차 회사의 수익은 당초보다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니콜라스 피터 BMW CFO는 지난 14일 '오토모티브뉴스 유럽'과 가진 인터뷰에서 "(강력한 자동차 수요와 낮은 재고 수준 등으로 인해) 당초 영업이익률 목표치인 9%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MW는 상반기 134만대를 팔아 판매실적은 글로벌 9위였지만, 영업이익은 73억 유로(약 10조원)에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폴 제이콥슨 CFO도 지난달 "올해 GM의 영업이익(EBIT)은 135억 달러(약 15조원)로 당초 예상한 100억~110억 달러보다 높을 것"이라고 했다. GM은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냈다. 같은 달 포드와 스텔란티스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전망. *9월초 집계 기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전망. *9월초 집계 기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반도체 칩 부족은 완성차업체가 "차가 없어 못 파는" 상황을 초래했지만, 반대로 수익성 측면에선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덜 팔았지만, 더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수급 불균형은 완성차업체가 마진이 좋은 차량을 골라 생산할 기회가 됐으며, 공급자 우선 마켓은 차량 가격 고공행진과 할인 없는 판매 환경을 만들었다.  

글로벌 차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 속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반도체 부족 사태가 덮쳤지만, 완성차업계는 재고 수준을 낮추고 마진이 높은 차 위주로 생산하며 대응한 것이다. 니콜라스 피터 BMW CFO는 "반도체 부족 해소 후에도 매출 손실 없이 낮은 재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상반기 호실적을 냈다. 이 기간 내수·해외 시장에서 203만대를 팔아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212만대)보다 작았지만, 매출은 13.3% 늘었고 영업익은 71.7% 증가했다.  

 

"반도체 부족, '공급자 우선' 시장 가속"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9년 금융위기에 이어 일본 쓰나미로 미국·일본 완성차업체가 한꺼번에 타격을 받은 2011년 이후 이런 공급자 마켓은 처음"이라며 "당시엔 현대차 등 일부 업체가 덕을 봤지만, 지금은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현대차 상반기 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3년간 현대차 상반기 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가격 할인이 사라지고, 그나마 차를 빨리 뽑아주는 게 (완성차업체의) 최선이 됐다"며 "반도체 부족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제조사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동화) 차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1~2년 후엔 차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공급자 우선 마켓은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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