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文 남은 임기 6개월, 종전선언 성급하고 무리한 제안"

미국을 방문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한 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한 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을 섣부른 외교 행보라고 평가했다. 종전선언은 비핵화를 전제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무리한 제안이라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식당에서 개최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 의회 관계자를 만나 문재인 정부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섣부른 정치적 행보를 하는 데 대해 우려를 갖고 있음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당연히 비핵화 성과를 담보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데 대한 우려"라고 덧붙이면서다.

이 대표는 "외교적 제안을 할 때는 실행력이 담보돼야 힘이 실리는 것이고, 여러 당사자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종전선언의 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면 외교적으로 성급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실행력 면에서도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선제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 있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인 선거까지 남은 임기 6개월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알텐데 이런 무리한 제안을 한 것에 대해 야당으로서 강하게 비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간담회를 시작하기 직전 북한은 리태성 외무성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제반 사실은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약 7시간 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에서는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며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국민의힘 방미단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한 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범수 허은아 의원, 이준석 당 대표, 조태용 태영호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방미단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한 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범수 허은아 의원, 이준석 당 대표, 조태용 태영호 의원. [연합뉴스]

 
동행한 조태용 의원은 "우리가 만난 미 의회, 싱크탱크 인사들은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고, 북한에 또 선물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은 종전선언은 당사국이 남·북·미 또는 중국을 추가해 3~4개국이고, 해당 국가 정상과 회담 끝에 이런 제안을 내놓는 게 통상적인 국제관례인데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세 번 모두 이 제안을 유엔 총회에 와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당사국으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 다자무대로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면서 "3~4개국과 해야 할 일을 유엔 무대에서 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정치적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 "10대 경제 대국과 군사 대국으로서 위상에 걸맞은 선진국 지위에서 국제사회 이슈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큰 책임과 의무·권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 쿼드(Quad)나 다자간 체제에서 한국 역할이 확대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다 주고 얻는 게 없는 상황의 외교가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행태라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저희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당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전날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에서 "중국이 공세적 외교를 펼치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데 대해 "지금 상황에선 미국 측이 반길 상황도 아니거니와, 국민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발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미국 측 인사들이 한국 대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미 관계자들도 다가오는 대선 결과에 관심이 많았는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수사와 행보에 대해선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우리 대선 주자들이 어떤 지향점을 가졌는지. 특히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정치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워싱턴에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밋 롬니 상원의원, 댄 설리번 상원의원, 아미 베라 하원 아태소위원장, 영 김 하원의원,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에드윈 풀너 헤리티지재단 회장 등 미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 인사와 만났다. 

24일 데릭 콜렛 국무부 특별보좌관,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을 만난 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26일 귀국한다.

이번 방미에는 정진석 국회 부의장, 국회 외통위 소속 조태용·태영호 의원, 김석기 당 조직부총장, 서범수 당 대표 비서실장, 허은아 수석대변인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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