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플레이션? 국산 안먹어" 소비자가 갈아탄 '1000원 우유'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수입 멸균우유는 유통기한이 길어서 대량으로 사도 보관이 쉽고, 마트에서 직접 우유를 사서 들고 올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30대 직장인 A씨의 얘기다. A씨는 최근 국내 우유 가격 인상으로 수입 멸균우유를 온라인으로 구입해 먹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우유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가격이 더 인상되면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로 갈아타게 됐다” 말했다.

 국내 우유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하자 수입 멸균우유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빵ㆍ커피 등 관련 식료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8월 1일부터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했다. 이어 지난 1일 서울우유협동조합이 흰 우유 가격을 1ℓ당 평균 5.4% 인상하면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1ℓ에 1000원 수준…극강의 고소함도 장점”

국내 우유 가격이 오르자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 낙농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저렴한 우유가 더 경쟁력을 얻게 됐다. 최근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 멸균우유 구매 후기나 추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가별로 생산되는 멸균우유를 비교하고, 원유에 따른 고소함의 차이나 지방 함량 등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멸균우유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수입 멸균우유는 1ℓ에 1000원 초반대 수준이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외국 멸균우유 1ℓ짜리 12개를 1만 3850원에 샀다. 배송비 붙으면 1만 6000원인데 더는 국내 우유를 사 먹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량 구매 옵션이 대부분이다 보니 공구 형태로 사 나누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장을 보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멸균우유의 편의성이 부각됐다. 직장인 이모(33)씨는 “그동안 비대면으로 장을 보면서도 우유는 상하기 쉬워 근처 마트에서 꼭 샀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멸균우유는 잔뜩 사놔도 부담이 없다”고 했다.

해외 멸균우유가 맛이 더 깊고 진하다는 평가도 많다. 수입 멸균우유의 장점을 나누는 한 게시글에는 “우유마다 다르긴 하지만 내가 사 먹는 멸균우유는 라떼로 먹으면극강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달달한 크림 맛이 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수입 멸균우유. 온라인 캡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수입 멸균우유. 온라인 캡처

식음료 종사자들 “국산 놔줘야 하나”

이번 우유 가격 인상을 계기로 국산 우유를 수입 우유로 대체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유제품 수입업체 더퍼스트앤코 김재호 대표는 “추석이 지나고 우유 가격 인상 기사가 난 후에 멸균우유 관련 문의로 전화에 불이 났다"며 "영세 카페 운영자는 물론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국산 살균 우유를 대체할 멸균우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서도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고민 글이 이어진다. 한 자영업자는 “서울우유를 쓰는데 지난 9월 말에 업체에서 우유 가격이 오른다고 연락이 왔다. 라떼류랑 식빵 때문에 우유 사용량이 많아서 걱정”이라며 “요즘 품질 좋은 멸균우유도 저렴하게 많이 들어오는데 이제 국산을 놔줘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미 업장에서 사용하는 우유를 수입 멸균우유로 교체했다는 한 카페 사장은 “멸균우유 쓰는데 맛의 차이도 크게 없고, 고객들이 만족한다. 밀크티같이 우려내는 용도로 사용하면 특히 향미가 더 진하더라”고 말했다. “보관ㆍ관리가 유용하다”는 평가도 많다. 업장에서 사용하는 냉장고 용량이 작은 경우 실온에 놓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커피나 베이커리 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상승한 데다, 우유 외 생크림 등 유제품 가격도 오르는 추세기 때문이다. 베이커리 업계도 마찬가지로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달걀값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밀크플레이션이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 우유는 식음료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카페와 베이커리는 물론, 최근엔 ‘로제’ 레시피 붐이 일면서 분식 업체에서도 수요가 급증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 인상되는 시점에서 영세업자들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도 고민이 많다”면서 “업자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자재 가격을 줄일 수 있는 수입 멸균우유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