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콩쿠르 최고의 음향팀…“현장보다 유튜브 음질 더 좋다”

원재연의 쇼팽콩쿠르 라이브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지난 2일부터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가 열리고 있다. 쇼팽 콩쿠르는 전 세계의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들이 겨루는 대규모 피아노 대회로 2015년 조성진이 우승하며 더 주목받았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이번 대회에는 500여 명이 영상으로 예선에 참여했고 그중 23명이 3라운드에 12일(이하 현지시간) 올랐다. 앞으로 남은 14~16일 3라운드(준결선), 21~23일 결선까지 생생한 장면과 뒷이야기를 바르샤바 현지에서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전한다.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의 준결선에 진출한 한국 피아니스트 김수연. 준결선은 14~16일 열린다. [사진 폴란드 쇼팽 협회]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의 준결선에 진출한 한국 피아니스트 김수연. 준결선은 14~16일 열린다. [사진 폴란드 쇼팽 협회]

피아노는 손가락으로 누르면 소리가 나는, 제일 쉽고 원초적인 악기 중 하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피아노로 좋은 소리를 내려면 끝없는 노력과 고찰이 필요하다.

 
지금 바르샤바에선 그 원초적이고도 어려운 악기를 대표하는 시인, 또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였던 위대한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의 자유롭고 고귀한 작품만으로 여러 참가자가 겨루고 있다.

12일 바르샤바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지켜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는 인상적이었다. 최형록(28), 김수연(27), 이혁(21) 등 한국 참가자 3명을 포함, 총 45명의 전 세계 피아니스트가 참가한 2라운드 중 하루였다. 한국 참가자를 제외하면 특히 두 연주자가 눈에 띄었다. 2010년 쇼팽 콩쿠르 결선 진출자였던 러시아의 니콜라이 코자이노프(29)는 풍부한 경험과 완벽한 기술로 쇼팽의 뱃노래를, 2015년 결선에 진출한 일본의 아이미 코바야시(26)는 단단한 터치와 풍부한 페달링으로 발라드 2번을 연주했다.

쇼팽 협회는 이날 오후 11시 3라운드 진출자 23명을 발표했다. 한국의 김수연·이혁이 명단에 들었다. 조성진 우승 이후 첫 대회인 만큼 한국 참가자에 대한 이곳 현지의 관심도 많다.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의 준결선에 진출한 한국 피아니스트 이혁이 12일(현지시간) 두번째 라운드에서 연주하는 모습. 준결선은 14~16일 열린다. [사진 폴란드 쇼팽 협회]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의 준결선에 진출한 한국 피아니스트 이혁이 12일(현지시간) 두번째 라운드에서 연주하는 모습. 준결선은 14~16일 열린다. [사진 폴란드 쇼팽 협회]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 미디어팀이 특히 돋보인다. 현재 쇼팽 콩쿠르의 유튜브 실황 중계는 최고 수준이다. 환상적인 톤 마이스터링(음향 전문)팀이 있어서인데, 폴란드는 워낙 톤 마이스터링의 강국으로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여러 명을 배출했다. 게다가 현재 쇼팽 콩쿠르의 녹음·미디어팀은 지난해 세계적 영상을 제작한 바로 그 팀이다. 지난해 4월 이탈리아의 스타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코로나19의 세계를 위로하는 밀라노 두오모 공연을 했는데, 그때 음향을 이 팀이 담당했다. 보첼리 영상의 조회 수는 현재 5000만이다.

이렇게 콩쿠르의 미디어팀이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내 전 세계 유튜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다른 국제 콩쿠르들도 유튜브 실시간 중계를 하지만, 쇼팽 콩쿠르의 뛰어난 음향은 특히 돋보인다. 바르샤바에서 만난 한 심사위원이 필자에게 “홀에서 들은 연주보다 유튜브 중계의 사운드가 좋더라”고 말해 아이러니하게 느꼈을 정도다.

두번째 라운드의 유튜브 중계. [유튜브 캡처]

두번째 라운드의 유튜브 중계. [유튜브 캡처]

쇼팽 콩쿠르의 절대적 권위는 또한 심사위원 명단에서 나온다. 콩쿠르의 1965년 우승자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대회 시작 직전 개인 사정으로 심사위원 석에 앉지 못했지만, 당 타이 손, 케빈 케너 등 역대 우승자들, 또 쇼팽 음악의 위대한 해석자들이 심사하는 자체로 대회의 권위가 설명된다.

피아노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하다. 본선 1라운드 참가자 87명은 피아노 브랜드인 스타인웨이, 야마하, 파지올리, 시게루 가와이 중 하나를 정해 마지막 결선까지 연주한다. 피아노 브랜드로서는 어마어마한 수의 피아노 애호가인 시청자를 확보한 쇼팽 콩쿠르가 절호의 기회다.

1라운드 시작 전엔 무대 위에 각 브랜드 피아노를 올려놓고 연주자가 고르는 시간이 있다. 이때 각국의 피아노 회사에서 온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연주자들이 보통 가장 선호하는 스타인웨이 브랜드가 이번에도 절반 이상 참가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각 피아노 회사들은 참가자들이 바르샤바 내 매장에서 연습할 시간을 준다. 가장 많은 참가자가 선택한 스타인웨이는 2시간만 허락한다. 하지만 나머지 세 브랜드는 원하는 만큼의 연습시간뿐 아니라 식사, 이동 중 개인 차량과 기사까지 제공한다.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전략이 콩쿠르 기간에 펼쳐진다. 피아노 회사 간 콩쿠르인 셈이다.

이렇게 지금 바르샤바에는 아름다운 음악은 물론, 환희와 안타까움, 경쟁과 전략도 흐르고 있다. 이 열기를 많은 분이 즐기길 바란다.

Powodzenia wszystkim uczestnikom! (모든 참가자에게 행운을!)

◆피아니스트 원재연
원재연

원재연

당 타이손이 “최고의 프로페셔널리즘을 타고난 천부적 피아니스트”라 극찬했다. 부조니 국제 콩쿠르 준우승 및 청중상, 칼로버트 크라이텐 프라이즈 수상. 스페인 페롤 피아노 콩쿠르, 동아 음악 콩쿠르 등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