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메르켈과 화상작별 “오랜친구, 언제라도 오시라”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전날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화상 회담 소식이 실려있다. [인민일보 캡처]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전날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화상 회담 소식이 실려있다. [인민일보 캡처]

“중국인은 정(情)과 의(義)를 중시하고,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를 잊지 않는다. 중국의 대문은 언제라도 당신을 향해 활짝 열려있다.”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13일 곧 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67) 독일 총리에게 퇴임 후 중국을 다시 찾아달라며 한 말이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4일 시 주석과 메르켈 총리의 회담을 전하며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속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人之相識 貴在相心 人之相知 貴在知心)”는 시 주석의 발언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 16년간 중국과 독일 관계는 평온하고 건강하게 발전하는 중요한 경험을 지속했다”며 “당신이 중·독, 중·유럽 관계 발전에 계속 관심과 지지를 희망한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독일 총리실 역시 회담을 마친 뒤 “펜데믹으로 인해 메르켈 총리가 오늘(13일) 시진핑 주석과 화상 회의로 작별 대화를 나눴다”며 “다가오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준비, 기후 보호 및 코로나19 방역, 인권 및 중국-유럽 투자협정 등을 이야기했다”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2005년 11월 취임 후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9월까지 총 12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같은 기간 시 주석은 2009년, 14년, 17년 각각 국가부주석과 주석 신분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인권과 원칙을 중시한 메르켈 총리는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인권운동가를 별도로 접견하는 등 활발한 인권외교를 펼쳤다. 2018년 5월 방중 때에는 당시 실종상태였던 인권변호사 왕취안장(王全璋)의 부인을 별도로 접견했다. 2018년에 노벨평화상 수상자 고 류샤오보(劉曉波·1955~2017)의 부인 류샤(劉霞)가 연금에서 해제돼 베를린에 정착하는 데에도 메르켈 총리가 막후에서 힘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국가주석 취임 9년 차인 시진핑 주석과 16년 만에 스스로 총리직을 떠나는 메르켈 총리는 오랜 만남만큼 각별한 ‘우정’을 자랑했다. 지난해 펜데믹 발발 이후에는 전화와 화상 방식으로 접촉을 이어갔다. 올들어만 두 정상은 다섯 차례 전화 또는 화상 회담을 통해 만났다.


또한 시 주석이 메르켈 총리를 부른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 호칭도 주목된다. 지난 1949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보도를 집계하면 중국은 총 601명의 해외 ‘라오펑유’를 두고 있었다. 일본이 111명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55명으로 2위, 영국·프랑스 순이다. 지금까지 인민일보가 호명한 한국의 ‘라오펑유’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우중 전 대우 회장, 이만섭 전 국회의장, 박근혜 대통령 모두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