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커크 선장, 90세에 진짜 우주로 날았다

13일(현지시간) 블루오리진의 우주비행선 뉴 셰퍼드호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스타트렉’ 주연배우 윌리엄 섀트너.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블루오리진의 우주비행선 뉴 셰퍼드호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스타트렉’ 주연배우 윌리엄 섀트너. [로이터=연합뉴스]

1960년대 첫 방영 이후 세계적 인기를 누렸던 미국의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주인공 윌리엄 섀트너(90)가 세트장이 아닌 실제 우주를 비행했다. 이번 비행에는 섀트너가 드라마에서 연기한 제임스 커크 선장의 우주선 USS엔터프라이즈호가 아닌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가 사용됐지만, 그의 배역과 현실이 맞닿으며 민간 우주여행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섀트너가 탄 뉴 셰퍼드는 이날 오전 9시49분 텍사스주 반혼에 있는 블루오리진 전용 발사대에서 이륙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출신 크리스 보슈이즌, 의료 소프트웨어 기업가 글렌 더프리스, 블루오리진 부사장 오드리 파워스 등 3명이 그와 함께했다.

섀트너 등을 태운 뉴 셰퍼드호가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섀트너 등을 태운 뉴 셰퍼드호가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을 실은 뉴 셰퍼드는 고도 75㎞에서 로켓과 분리된 뒤 음속의 세 배에 이르는 속도로 최대 고도인 106㎞에 도달했다가 서서히 낙하했다. 지난 7월 블루오리진 첫 여행에 이어 두 번째로 ‘카르만 라인’(100㎞)을 넘어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 체험을 하는 준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약 3분의 무중력 비행시간을 포함해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11분 남짓이었다. 비행이 이뤄지는 사이 뉴 셰퍼드를 띄워 올렸던 로켓도 발사장에서 3㎞ 떨어진 착륙장에 무사히 내려왔다.

커크 선장

커크 선장

이번 비행으로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은 90세로 늘어나게 됐다. 종전 기록은 지난 7월 아마존 창업자이자 블루오리진을 이끄는 제프 베이조스의 초대로 블루오리진 준궤도 여행에 참여한 82세의 월리 펑크였다. 베이조스가 섀트너를 초대한 이유는 ‘스타트렉’이 인류의 본격적인 우주 탐사가 시작되는 시기에 방영되며 많은 이에게 우주여행의 꿈을 심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베이조스도 어린 시절 형제들과 커크 선장을 흉내 내던 아이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스타트렉’ 팬이 그의 여행에 흥분하고 있다”며 “USS엔터프라이즈호를 타고 우주 공간을 가로질렀던 섀트너가 한때 SF소설처럼 보였던 것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 반혼 우주기지에서 섀트너를 마중하는 제프 베이조스(가운데). [AP=연합뉴스]

텍사스주 반혼 우주기지에서 섀트너를 마중하는 제프 베이조스(가운데). [AP=연합뉴스]

2011년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모닝콜을 녹음했던 섀트너는 비행 직후 마중 나온 베이조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당신이 내게 준 것은 믿을 수 없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경험이었다”며 “밝고 다채로운 지구와 칠흑 같고 광활한 우주의 대조적인 모습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은유 같았다”고 말했다.


이번 우주여행 이후에도 값비싼 상업 우주여행이 ‘억만장자의 허영심 경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탑승객 4명 중 섀트너와 블루오리진 부사장을 제외한 2명은 유료 승객이다. 이들이 얼마를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이조스가 밝힌 두 차례의 우주관광 매출은 1억 달러(약 1185억원)에 달한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은 섀트너의 비행 직후 “인간이 다음에 살 곳을 찾기보단 지구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세계 최고의 두뇌와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루오리진은 우주관광 사업을 두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과 함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민간 우주여행 산업이 10년 내 연간 30억 달러(약 3조5600억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