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고문' 김오수 압색 신호 준 중앙지검…"수사부실 자인"

9월 29일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

9월 29일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과 관련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검찰이 되레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주요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56)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이없는 검찰의 실책으로 기각되고 15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취임 직전까지 성남시 고문 변호사였다”라는 사실도 공개됐다. 성남시 관계자들의 배임 의혹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성남시청 압수수색은 수사 착수 16일 만에야 이뤄졌다.

검찰 내부에선 “김오수 총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수뇌부가 애초에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다.

김오수 총장, ‘성남시 고문 변호사’ 전력 숨겨 검사윤리강령 위반

1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오수 총장의 성남시 고문 변호사 활동 전력은 검사윤리강령 위반 논란으로 직결됐다. 그는 지난해 4월 법무부 차관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12월 1일부터 총장 취임 직전인 올해 5월 7일까지 성남시의 고문 변호사로 일했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김 총장이 몸담은 법무법인 화현이 성남시 공사대금 소송을 맡아 착수금으로 1308만원을 받는 데도 관여했다.

검사윤리강령 제9조에 따르면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과 민법상 친족 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등의 경우 그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 김 총장은 사건을 회피하긴커녕 언론에 공개될 때까지 고문 변호사 활동 사실조차 숨겼다.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이재명 시장 시절이 아니라 후임 은수미 시장 시절 고문 변호사였다지만 은 시장 역시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지난달 29일 수사 착수 이후 핵심 수사 대상인 성남시 수사를 미룬 것이냐는 의혹까지 자초했다. 검찰은 김 총장의 성남시 고문 변호사 활동 전력이 공개된 지 서너 시간 만인 15일 오전 10시쯤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위해 성남시청사에 진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신속 수사를 지시한 데 이어 김 총장에 대판 비판 여론까지 확산하자 마지못해 압수수색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김 총장은 전담 수사팀을 출범시키기 전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과거 국정농단 의혹 등 굵직한 사건마다 검찰은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김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를 중심으로 수사팀을 꾸리도록 했다. 그조차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한 달여뒤라서 여당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많다.

이정수 중앙지검장, 국감서 “성남시 압수수색 절차 진행 중” 예고

수사팀을 직접 관할하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14일 성남시청에 “압수수색을 대비하라”는 듯한 신호를 줘 논란이 인다. 그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 감사에 출석한 이 지검장은 “성남시청에 압수수색 시도를 검토하고 있냐”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수사팀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걸 시사한 것이다. 

15일 실제 압수수색에선 도시계획과·도시균형발전과·주택과·문화예술과·정보통신과 등 실무 부서만 하고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은 제외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달 29일 수사팀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유동규·김만배 같은 핵심 관계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할 때도 성남시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이처럼 수뇌부가 갈팡질팡한 사이 김태훈 4차장검사가 지휘한 수사팀은 14일 화천대유 김만배씨 구속영장 기각으로 “부실 수사를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복수의 판사들은 영장 기각 사유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큰 반면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이라는 언급이 나온 데 대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판단하기 전에 혐의 소명부터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영장 자체가 부실했다는 뜻이다. 수사팀은 김씨를 11일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돌려보냈다가 이튿날 오후 문 대통령의 신속 수사 지시가 나오자 세 시간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태훈 “유동규 뇌물 ‘5억중 4억 수표’→‘현금’” 정정…“수사 부실 자인”

특히 영장 심사 도중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5억원 뇌물공여 혐의 중 “4억은 수표”에서 “전액 현금”으로 핵심 범죄사실을 정정해 “증거 불충분”을 자복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할 때는 ‘수표 4억원+현금 1억원’을 받았다고 해놓고 공여자로 지목된 김씨 영장에선 ‘현금 5억원’이라고 바꿨기 때문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한 부장검사는 이를 놓고 “판사 앞에서 자금 추적을 제대로 안 해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뇌물수수자를 먼저 구속하고 공여자를 나중에 조사한 것도 통상 수사기법과 정반대여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사팀이 객관적 증거보다 제3자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녹취 파일과 진술에만 의존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씨 측 변호인조차 “검찰이 가장 기초적인 자금 추적도 하지 않고 영장을 청구했는데, 내가 근무할 때 특수부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정도다.

14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14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수사팀에서 특별수사 경험이 가장 많은 A부부장 검사를 “지휘부와 수사 방향이 맞지 않는다”며 배제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수사팀은 수사 첫날인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 자택 압수수색부터 실패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관이 도착하고 문을 열어주기 전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졌다”고 했는데, 건물 주변에서 찾지 못한 검찰은 “거짓말”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경찰이 수색에 착수한 지 하루 만에 지나가던 시민이 주워 간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망신을 당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과거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15일 그의 지인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도 경찰 측에선 “13일 수원지검에 영장을 신청했는데 정보를 공유한 서울중앙지검이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