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야스쿠니에 공물 봉납..아베·스가는 직접 참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지난 8월 15일 방문자들이 일본 국기를 들고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지난 8월 15일 방문자들이 일본 국기를 들고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마사카키'(真榊)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단이나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를 말한다.

기시다 총리는 17~18일 추계 예대제 기간 중 신사에 직접 참배하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지통신은 "중국, 한국과의 외교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베·스가 퇴임 후 직접 참배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기리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90%는 태평양전쟁(1941년 12월~1945년 8월) 관련자들로, 도쿄 전범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을 거쳐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는 일본 정치인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기준이 돼왔다.


지난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AP=연합뉴스]

지난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 [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차 집권 이듬해인 2013년 현직 총리로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후 재임 중엔 공물만 봉납하다가 지난해 퇴임한 후 태평양전쟁 종전일과 춘계 및 추계 예대제에 직접 참배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추계예대제를 앞두고 야스쿠니를 참배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밝혔다. 

기시다의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도 재임 중엔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봉납만 했다. 그러나 퇴임 13일째인 17일에는 처음으로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했다. 31일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의 보수층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기시다, "국회의원으로서 참배한 적 있다"

기시다 총리는 각료 재임 당시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이 없다.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하자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여부는 일정이나 참배 형태 등에서 더욱 정중한 배려가 필요했다"고 우려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2013년 아베 총리 참배 당시 외무상이던 기시다 총리는 "국가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분들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이런 문제가 정치, 외교 문제화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참의원 질의에서는 "각료일 땐 가지 않았으나 국회의원으로서 참배한 일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선 "시기, 상황을 고려한 다음 참배를 고려하겠다"고 언급해 참배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한편 한국 정부는 17일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고, 전임자 스가 총리가 참배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신내각 출범을 계기로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