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 이재명 이기려면 洪"…尹 밀던 대구 민심 쪼개졌다

“윤석열이든 홍준표든 아무나 좋다 카데예. 급한 게 정권교체 아입니까.”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왼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18일 부산 수영구 부산 MBC 사옥에서 열린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왼쪽부터)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18일 부산 수영구 부산 MBC 사옥에서 열린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창호(70)씨는 ‘대구에선 대선 후보로 누구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예전에는 윤석열이 좋다 하다가 요즘에는 홍준표가 많이 따라붙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마음이 좀 갈린다. 대통령 직무를 잘할 사람과 당선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자는 누구고, 후자는 누구냐’는 질문에는 “전자는 홍준표, 후자는 윤석열”이라고 귀띔했다. 택시에서 내리는 기자에게 김씨는 “(대구 시민들 이야기)들어보면 재밌을 낍니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대선을 앞두고 대구는 보수 정당 주자들의 핵심 공략지로 꼽힌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5일 약 57만명의 당원이 11월 5일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본경선 투표에 참여할 선거인단으로 확정됐다. 이중 절반 가량이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신규 입당한 ‘새내기 당원’이지만, “TK(대구ㆍ경북) 당원이 전체에서 28~30% 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인 점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은 20일 대구ㆍ경북 토론회를 앞두고 19~20일에 걸쳐 일제히 대구로 집결한다.  

그런 대구 민심이 최근 꿈틀거리고 있다. 9월 초만 해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종 여론조사 상 TK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홍준표 의원과 박빙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14일 JTBC 의뢰로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해 발표한 보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홍 의원이 29.6%, 윤 전 총장이 29.5%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18일 TBS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KSOI가 발표한 범보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홍 의원이 37.3%, 윤 전 총장이 35.3%를 기록했다. 윤석열 캠프는 17일 대구에서 5선을 지낸 주호영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반면, 홍준표 캠프는 15일 대구당원이 다수인 친박단체로부터 지지선언을 받았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18일 남겨 둔 19일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서문시장에선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은 윤석열″이라는 주장과 ″정치 경력이 풍부한 홍준표가 낫다″는 주장이 갈렸다. 성지원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18일 남겨 둔 19일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서문시장에선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은 윤석열″이라는 주장과 ″정치 경력이 풍부한 홍준표가 낫다″는 주장이 갈렸다. 성지원 기자

“윤석열 밉긴 한데…세게 확 밀어붙일 사람”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방문해 간담회 후 비빔밥을 먹고 있다. 2021.10.19/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방문해 간담회 후 비빔밥을 먹고 있다. 2021.10.19/뉴스1

19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18일 남겨놓고 찾은 대구에선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은 윤석열”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서문시장에서 50년 가까이 건어물 상점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이진희(68)씨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거의 윤석열을 지지한다. 정권도 바꾸고 세게 확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냈고,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인물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그래서 밉다. 밉긴 한데…”라면서도 “그 자리(검찰)에선 법대로 하니 어쩔 수 없었지 않느냐”라고 답했다. “털어 가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딨겠노. 이재명이는 그것보다 더 하다”고 덧붙였다.


한복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67)씨도 “정치를 많이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공력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앞으로 나아질 걸로 쪼매(조금)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최근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왔다가 ‘미신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선 “안 보이는 데 새기거나 해야지 , 딱 보이는 데다가 적어 나온 건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권오주(77)씨는 “말을 함부로하는 홍준표는 영 아니다. 새로운 인물인 윤석열이 낫다”고 주장했다.

“능구렁이 이재명 이기려면 경험 풍부한 홍준표가 낫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8일 부산 수영구 부산 MBC 사옥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8일 부산 수영구 부산 MBC 사옥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젊은 층에선 “경험이 풍부한 홍준표가 낫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 김성진(20)씨는 “저는 중도지만 최근에 집값이나 물가가 오르는 걸 보고 보수 쪽을 뽑아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며 “정치경력이 풍부한 홍준표 후보한테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헬스트레이너인 정성훈(26)씨도 “말하는 게 남자답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가식같고 영 파이다(별로다)”며 “주변에서도 다 ‘레드준표’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서문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 중인 채승희(63)씨는 “윤석열이 ‘버럭’하고 욱하는 성격이 있다”며 “사람들이 잘 못 넘는 선을 능글맞게 잘도 넘어가는 이재명과 맞서서 이기려면 홍준표가 낫제”라고 말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앞서 제주도에서 한 ‘당 해체’ 발언을 놓고선 “자기를 밀어주는 당인데 대선 주자가 그런 말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채씨와 인터뷰 중 옆 상점을 지나가던 손님 A씨가 불쑥 대화에 참여해 “나는 무조건 ‘홍준표맨’”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대구라고 무조건 국민의힘 찍나, 앞으로 바뀔 것”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서 당원간담회를 가졌다. 성지원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서 당원간담회를 가졌다. 성지원 기자

대구에서 4선을 지낸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여전히 서운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신암동에 거주하는 이상식(55)씨는 “유승민은 지역구였던 동구 쪽에서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서운함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동대구역에서 만난 회사원 권혁진(39)씨는 “법조인 출신이 아니어서 정책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가정이나 개인 문제가 없어서 중도 지지층도 끌어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구가 있던 달성군에서 당원 간담회를 갖고 “저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진 당원들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선거 앞두고 과거를 180도 부정하지 않겠다. 제가 어떻게 정치 해왔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후보들을 추격 중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대해 “합리적인 모습”이라며 긍정평가를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기사 B(54)씨는 “중앙정치를 별로 안 하고 제주도로 가서 그렇지, 깨끗하고 정치를 잘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채승희 씨도 “원희룡이 토론을 잘 하더라”고 평가했다.

“대구 사람이라고 무조건 국민의힘 찍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건강식품 도ㆍ소매업을 하고 있는 김옥균(65)씨는 “(야권 후보들보다)차라리 이재명이 낫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특히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뒤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탈당한 곽상도 의원을 언급하며 “지역구(대구 중ㆍ남구)가 여기 아니가. ‘50억’이 아(아이) 이름이가. 지역경제에선 5만원도 어려운 돈”이라라며 “그러면서 무슨 국민의힘이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하나. 앞으로는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