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으로 본 세상] ⑸'수풍정(水風井)'-우물을 지켜라!

필자는 양평 용문산 자락 시골에 산다. 2차선 도로에서 벗어나 자동차로 5분 넘게 올라가야 나오는 시골이다. 20여 가구가 모인 동네다. 숲에 푹 쌓여있다.

시골살이에서 중요한 게 이웃이다. 이웃을 잘 만나야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다. 우리 동네는 그게 좋다. 이웃 왕래가 잦고, 잘 어울린다. 그렇다고 서로 방해하지는 않는다. 사생활을 지켜가면서 정을 나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뒷산에 설치된 마을 공동 상수도다.

우리 동네는 수돗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공동 상수도 시설을 잘 관리해야 한다. 물이 부족하거나, 혹 오염되면 낭패다. 그래서 갈수기가 되면 절수(節水)를 논의하고, 어떻게 설비 수리해야 할지 수시로 만나 논의한다. 마을 상수도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우물 공동체다.
오늘 뽑은 주역 괘(卦)는 48번째, '수풍정(水風井)'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괘이기도 하다.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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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상징하는 감(坎)괘(☵)가 위에 있고, 그 아래 바람을 의미하는 손(巽)괘(☴)가 놓인 형상이다(䷯). 손괘(巽)는 나무를 상징하기도 한다. 물 아래 나무가 놓였다면…. 우물이 그렇다. 물 아래로 나무 두레박을 던져 샘물을 끌어올리니 말이다.

 
주역은 우물의 속성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改邑不改井!고을은 바꿀 수 있어도 우물은 못 바꾼다!
예로부터 마을은 우물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사람들은 맑은 물이 샘솟는 곳을 찾아 삼삼오오 정착한다(往來井井). 그 로직은 현대서도 통한다. 도시는 강을 끼고 발전한다. 윤여정 조연의 영화 미나리를 기억하시는가. 불타 없어진 집, 그런데도 떠나려던 가족을 다시 부른 건 역시 물이었다.

우물이 마르면 사람은 떠난다. 버려진 우물에는 날짐승도 모여들지 않는다(舊井无禽). 우물은 그런 존재다. 모두 협심해 잘 지켜야 한다. 그렇게 우물 공동체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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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上有水井, 君子以勞民勸相
주역은 '수풍정' 괘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무 위에 물이 있으니 정(井)이다. 군자는 백성들에게 봉사하고, 그들이 서로 돕도록 이끈다'라는 뜻이다.

우리 동네에는 반장이 한 분 계신다.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원주민이시다. 반장님은 비가 많이 오면 혹 상수도가 오염되지나 않을까, 갈수기 때에는 물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하고 대비한다. 회의를 소집해 설비 수리 안건을 논의하기도 한다. 동네 주민들은 그를 중심으로 협력한다.

그래서 우리 동네 반장님은 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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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마을을 위해 먼저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바로 서야 그 동네가 평화롭다. 주역은 이를 두고 '왕이 나서 길을 열어가니 복을 받을 것(求王明, 受福也)라고 했다. 우물 주변이 항상 청결을 유지하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수풍정' 괘의 4번째 효사(爻辭)는 이렇게 말한다. 

'井甃, 无咎, 修井也',
'우물 내부를 벽돌로 쌓고 수리하라. 허물이 없을 것이다.'
우물을 보면 동네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잘 되는 마을의 우물 주변은 항상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런 동네 주민은 자신이 쓴 뒤 깨끗하게 정리하고 우물을 떠난다. 혹 물이 부족하면 혼자 먹겠다고 다 퍼가지도 않는다. 나누고, 배려해야 항상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걸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孔子)는 그래서 '우물은 덕을 쌓는 곳(井, 德之地也)'이라고 했다. 주역의 '우물 철학'을 그대로 가져와 도덕으로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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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은 동네도 있다. 혼자 쓰겠다고 누군가 물 다 받아 가면 동네 흉흉해지기 마련이다. 이사 가면서 우물에 오물을 던지는 저질 인간도 있다. 요즘도 공동 상수도를 쓰게 하네, 마네를 두고 갈등을 겪는 마을이 적지 않다. 공동체는 오염된다.

주역은 마지막 효사에서 이런 이기심, 독선을 경고하고 있다.  

'井收勿幕!'
'자기 물 다 먹었다고 뚜껑 닫지 마라!'  
나눔과 배려, 열린 마음으로 공동체를 지키라는 얘기다.  

어디 우리 마을뿐이겠는가. 지금 이 사회와 국가에도 '우물'은 필요하다.

차이나랩 한우덕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