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700억’ 진실…檢 ‘대장동 깐부 4인방’ 한꺼번에 불렀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수천억대 수익을 나눠 가졌다고 의심 받은 소위 ‘대장동 깐부’ 4인방을 20일 한꺼번에 소환했다.

4인방 중 한 명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의 ‘그분’‘700억 약정’‘350억 실탄’ 등을 놓고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소유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다. 특히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은 ‘700억 배분 약속’이나 ‘350억 실탄’ 발언은 “공동 비용을 부풀리는 차원의 과장·허위 발언”이라거나 “술자리 농담”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체포영장을 받아 인천공항에서 압송한 남욱 변호사를 이날 새벽 구속영장도 청구하지 않고 석방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석방 뒤 중앙지검 다시 온 남욱 “그분, 이재명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김만배(56)씨와 남욱(48)변호사, 정영학(53) 회계사,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다시 소환했다. 진실공방이 잇따르는 만큼 이들이 대질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이날 수사는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수사의 시발점이 된 정 회계사의 녹취록의 신빙성을 겨누는 것으로 모아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회계사가 지난달 27일 검찰에 출두해 제출한 19개의 대화 녹취 파일에는 ‘350억 실탄 로비’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700억원 배분’ 등에 대해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심지어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걸 다들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당사자인 김씨 측은 “녹취록을 보지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영장이 청구돼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었다”며 “정 회계사가 의도적으로 녹음하고 편집했다. 정 회계사와 진실된 대화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50억 클럽’ 등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손꼽히는 김씨의 영장이 기각된 것 역시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만 의존해 성급한 수사를 펼친 탓이란 평가도 많았다.

남욱 변호사도 석방된 지 약 14시간만인 이날 오후 1시 45분쯤 검찰에 재소환되면서 “처음부터 ‘그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만배씨와 이재명 후보가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사이고, 평소 김씨가 이 후보를 부를 때 ‘이재명’이라고 이름을 부르는 등 존칭을 사용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 변호사는 당초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김만배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을 ‘그분’으로 부른 적 없다”는 취지로 답해 유 전 본부장보다 더 높은 ‘윗선’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도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녹취록에 ‘그분’ 표현이 한 번 나오지만 ‘정치인 그분’(이재명 경기도지사)은 아니며 다른 사람을 지칭한 것”이라고 파문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檢 “충분히 수사 안 돼” 남욱 석방하자 “또 기각 겁나 청구 포기”

앞서 검찰은 남 변호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8일 오전 5시쯤 인천국제공항에서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압송했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한 상태로 20일 새벽 석방했다.  

대개 체포영장은 형사소송법상 최대 구금시간인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검찰은 앞서 법원이 14일 김만배씨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을 때도 “부실 수사로 영장 기각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수사팀이 김씨 영장실질심사 당일 유동규 전 본부장에 줬다는 뇌물 5억원의 범죄 사실을 ‘현금 1억 수표 4억’→‘현금만 5억’으로 변경한 게 드러나면서다.

남욱 변호사가 18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검찰관계자들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장진영기자

남욱 변호사가 18일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검찰관계자들과 공항을 나서고 있다. 장진영기자

한 검찰 간부는 “여권무효화로 체포해서 석방한 건 아마 전례가 없을 것”이라며 “김만배씨처럼 기각될까 봐 두려워서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변호사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은 전력이 있는 만큼 영장 청구시 발부 가능성이 높다”라고도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지난 2015년에도 국회의원에게 불법 로비를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로 풀려났다.  

남 변호사 석방에 야권도 일제히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그분’이 세긴 센 모양”이라며 “꼬리 자르기 수사를 반복하는 검찰로는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의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음을 뜻한다” (윤석열 캠프), “남욱과 사전 교감이 있었나, 아니면 김만배 구속영장 기각의 트라우마로 쫄보가 된 것인가 국민은 의아하다”(원희룡 캠프)는 반응도 나왔다.

대장동 개발 의혹 자금 흐름 그래픽 이미지. 김호준 기자 feelin99@joongang.co.kr

대장동 개발 의혹 자금 흐름 그래픽 이미지. 김호준 기자 feelin9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