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유은혜 울린 현장실습생의 죽음…비극은 왜 반복되나[뉴스원샷]

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특성화고 현장실습

1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에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여수 특성화고 3학년이던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러 잠수했다 참변을 당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에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리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여수 특성화고 3학년이던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러 잠수했다 참변을 당했다. 연합뉴스

2019년 1월 31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날 유 부총리는 특성화고 교사와 학생을 모아놓고 현장실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실습 반대 단체 관계자들이 몰려와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습을 하지 말라”며 “학생이 또 죽으면 책임질거냐”고 외쳤다. 유 부총리는 “제주 이민호 학생 사고 이후 정말 아팠다. 오늘 발표하는 대책도 완벽하지는 않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제주 이민호군 사고와 유은혜의 눈물 

앞서 2017년 11월, 이민호 학생은 제주의 음료 제조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졌다. 교육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학습형 현장실습’을 도입하며 실습 기간을 최대 3달로 줄이고 참여 기업 규제도 강화했다.

새 방침이 시행된 후, 학교 현장에서는 '현장실습이 무력화됐다'는 불만이 나왔다. 실제로 실습 참여 기업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직업계고 취업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실습할 기회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월 31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보완방안 발표에서 현장실습학생사망에따른제주지역공동위원회원들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현장실습 개선안 폐기 등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월 31일 서울 청년재단에서 열린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보완방안 발표에서 현장실습학생사망에따른제주지역공동위원회원들이 유은혜 교육부 장관에게 현장실습 개선안 폐기 등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취업률이 심각하게 떨어지자 2019년, 교육부는 1년만에 사실상 정책을 번복했다. 실습 기간을 한 학기로 늘리고 실습 참여 기업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안전보다 취업이 중요하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교육부는 “지나치게 안전만을 강조하다 보니 현장에서 어려움과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


반복된 희생, 또 고개숙인 유은혜

그리고 2021년 10월, 또 한명의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잃었다. 전남 여수의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정운 군은 요트 바닥면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다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유 부총리는 사고 발생 7일만인 지난 13일, 여수를 찾았다. 여수교육지원청 앞에서 부총리 등장을 기다리던 홍군의 친구들과 관련단체 관계자들은 "현장실습 폐지하라", "유은혜 물러나라"고 외쳤다. 유 부총리는 "정운이, 여러분 친구 요구대로 철저히 조사해 재발방지책 세우겠다"고 말한뒤 90도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3일 전남 여수 추모의집을 방문,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 고(故) 홍정운 군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3일 전남 여수 추모의집을 방문,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특성화고 학생 고(故) 홍정운 군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20일 교육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요트 업체는 물론, 학교의 책임이 크다는 내용이다. 업체는 법령상 시키면 안되는 잠수 작업을 자격이나 경험도 없는 실습생에게 시켰다. 학교는 실습 운영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지 않았고 실습 일지도 관리하지 않았다. 실습표준협약서 내용도 군데군데 비어있었고, 근무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업체와 학교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진행하고 전국 특성화고에 현장실습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학교와 업체 잘못뿐일까…정부 책임은

사망 사고의 책임자를 찾아 벌하고 전국 학교를 조사하면 현장실습은 안전해질까. 학교 현장에서는 고개를 젓는다.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 같은 것은 이미 수차례 사고가 반복되면서 충실하게 만들어져있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매뉴얼대로 하면 아주 안전하게 실습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매뉴얼 내용을 감독하고 지도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와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제2의 고 홍정운 재발 방지 대책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현장실습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와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제2의 고 홍정운 재발 방지 대책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현장실습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이민호군 사고 이후 학교에는 취업지원관 또는 취업전담교사를 두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담 인력을 두지 않고 교사가 수업을 하면서 취업지원관 역할까지 하는 곳이 많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특성화고 고3 담임이면 수업을 하면서 취업을 위해 한달에 수십번 기업체로 출장을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취업 지원부터 실습처 발굴과 지도까지 떠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의 희생정신에 의존해 현장실습이 잘 운영되는 학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 부총리가 말하는 '재발방지책'이 교사의 능력과 희생에만 의존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학교마다 노무 전문가를 지정하고 학생들이 실습 도중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현장실습 관리가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부담스런 '가욋일'이 되고, 영세한 기업체에게는 귀찮은 일이 되지 않으려면, 결국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