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자연녹지→준주거지…한번도 경험못한 옹벽아파트 [뉴스원샷]

최대 높이가 아파트 11~12층에 달하는 성남시 '판교 A 아파트'의 옹벽. 함종선 기자

최대 높이가 아파트 11~12층에 달하는 성남시 '판교 A 아파트'의 옹벽. 함종선 기자

요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의 '옹벽 아파트'를 취재하게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지난 5월 마무리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아파트 공사 현장 옆을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는데 깎아 지른 옹벽에 거의 딱 붙은 아파트 건물이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반지하'처럼 아파트 앞 도로보다 낮은 곳에 아파트 저층이 있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10여 년 전 아파트 옹벽 문제(분양받을 때는 옹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는데, 막상 입주해보니 8m 높이의 옹벽 때문에 생활에 불편이 크다는 입주민 불만)를 취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한눈에 '아주 큰 기삿거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인근에 차를 세우고 공사 현장을 살폈습니다. 높은 곳은 아파트 11~12층 높이까지가 옹벽이었는데, 그런 옹벽이 3면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알아보니 옹벽의 최대 높이는 50m이고, 길이는 300m였습니다. 

이전에 아파트 옹벽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관련법(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아파트 내 옹벽의 높이는 최대 15m입니다. 이것도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가능한 수치입니다. 조망권이나 일조권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허가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2021년에 이런 아파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을까. 스토리가 너무 길기 때문에 요약하겠습니다. 해당 부지에는 원래 공기업인 한국식품연구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연구원이 전북혁신도시로 옮기게 됐고(2017년 이전 완료) 백현동 땅은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서울 비행장 인근이라 고도제한이 있고, 토지 용도상 용적률이 낮은 자연녹지였기 때문에 3년 동안 땅이 안 팔렸습니다. 


옹벽위에 조성된 '공원'으로 가기 위한 길.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함종선 기자

옹벽위에 조성된 '공원'으로 가기 위한 길.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함종선 기자

반전은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당시 후보자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 모(68) 씨가 2015년 전후에 백현동 사업을 위한 PFV(특수목적금융투자회사·2015년 식품연구원 부지 매입)에 우회적인 방법으로 합류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성남시가 토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상업지와 비슷한 준주거지로 4단계나 올려줬고, 50m 높이까지 옹벽을 조성하게 허용했습니다. 인근 도로보다 낮은 곳에 아파트 부지가 있는 것도 한층이라도 더 높게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후 선대본부장 출신 김 모 씨와 백현동 PFV를 설립한 모 시행사 회장이 '주식양도절차이행'을 높고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2019년 서울동부지법 판결과 2020년 서울고등법원 화해 권고 결정에 따르면 시행사 회장이 아닌 김 모 씨가 백현동 PFV의 최대주주(보통주 25만주 양수권 인정)입니다. 대장동 프로젝트에서 화천대유의 주인이 누구냐는 게 이슈가 됐었는데, 백현동 프로젝트의 '주인'은 김 모 씨라고 법원이 판결한 것입니다. 결국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에 의해 김 모 씨는 주식을 양도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대신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70억원을 받게 됩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국감에서 "파크뷰 용도변경을 통해서 (토건세력이) 돈 한 푼 안 들이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통해 수천억 원씩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다"고 얘기했는데, 김 모 씨가 그렇게 돈을 번 셈입니다. 

백현동 식품 연구원 부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현동 식품 연구원 부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또한 최근 국감에서는 백현동 프로젝트의 옹벽과 용도변경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저렇게 높은 옹벽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느냐"는 질의에 최병암 산림청장은 "오늘 처음 봤다"고 답했습니다. 

또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한꺼번에 4단계나 용도를 상향 조정한 경우가 있었느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물음에 국토교통부는 "단기간에 현황파악은 어렵지만, 한국에너지공단 이전 당시 용인시에서 1종 일반주거용지에서 준주거로 3단계 올린 적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은혜 의원은 "에너지공단 부지는 주변 여건상 준주거로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식품연구원 부지처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 높이뛰기'를 한 케이스는 전무후무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일어난 때와 장소,'2015년 성남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