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하게 싸우고 쿨하게 승복…댄스 배틀 ‘스우파’의 감동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 사진은 홀리뱅.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 사진은 홀리뱅.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대중이 더 많은 댄서를 알게 되는 목적을 이뤘다”

Mnet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 8회(19일 방송). 세미파이널에서 7인조 팀 프라우드먼이 탈락한 순간, 멤버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가운데 리더 모니카는 담담히 말했다.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사진은 훅.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사진은 훅.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화려한 무대에서 늘 ‘조연’에 머물렀던 댄서들을 ‘주연’으로 불러낸 ‘스우파’는 8개의 댄스팀이 벌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약자 지목 배틀(약자라고 생각하는 댄서를 지목해 배틀)’ ‘계급 미션(팀에서 계급을 나눠 각 팀의 같은 계급끼리 배틀)’ 등 약육강식과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각본 없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 큰 호응을 얻었다. 1%로 출발한 시청률은 3.9%(19일 방송), 유튜브 누적 조회 수는 3억4000만 뷰에 달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우파’ 관련 감상 글과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고 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도 22일 딸 연지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직접 작성한 ‘스우파’ 감상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그들은 결과에 대해 변명하지 않는다. 깨끗하게 승복한다. 그렇지만 다시 도전하고 더 나아진다고 다짐한다. 남 탓하지 않는다. 핑계 대지 않는다. 내 안에서 해결한다. 룰에 승복한다. 기준을 갖고 일한다. 그래서 이런 젊은이들에게 아름다운 자기의 미래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 사진은 코가N버터.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 사진은 코가N버터.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다음 달 27일 서울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ON THE STAGE’ 콘서트 예매는 부산·광주·창원·인천까지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스우파’가 이런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대중을 사로잡은 출연자들의 발언을 통해 살펴봤다.


3회 ‘계급 미션’에서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와 맞붙게 된 홀리뱅의 허니제이는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모니카의 이 대사는 ‘스우파’를 상징하는 하나의 ‘밈(meme)’이 됐다.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 사진은 라치카.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서 파이널 무대에 오른 4팀. 사진은 라치카. 이들은 26일 최종회 무대에서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 [사진 CJ ENM]

당초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것은 ‘스우파’보다 보름가량 일찍 출발한 Mnet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이다. K팝이 전성기를 맞이한 데다 ‘프로듀스 48’ 이후 3년 만에 진행되는 걸그룹 오디션이라는 점, 거기에 사상 최초로 한국·중국·일본의 3개국 연습생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결과는 달랐다. ‘걸스플래닛 999’의 시청률이 0.5~0.9%에 머문 데 비해 0.8%로 출발한 ‘스우파’는 3.9%까지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Mnet 관계자는 “‘센 언니’로 표방되는 걸크러시 흐름과 맞물려 소녀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서사를 보여줬기 때문에 여성들의 높은 지지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19일 8회 방송은 30대 여성 시청 층의 평균 시청률이 6.7%, 순간 최고 8.4%까지 치솟기도 했다.

5회 메가 크루 미션에서 라치카의 가비는 자신들이 꾸민 무대에 대해 “모두를 응원하기 위해서 깃발들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경쟁을 하고 있지만 서로를 존경한다”면서다. ‘스우파’는 상대를 떨어뜨리는 배틀 미션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진이 서로에 대해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로 신선하다는 호평을 얻었다. 그간 여성 경연 프로그램에서 시기·질투의 신경전이 강조되면서 소위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라는 반응을 유도하고, 이것이 일부 여성들의 반감을 불렀던 것과는 다르다.

김정현 문화평론가는 “서로의 대결이 쿨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면서 그 안에서 우애를 나누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남 PD도 ‘스우파’ 제작 발표회에서 “경쟁의 결과가 나온 뒤에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리스펙’하는 분위기”라며 “시청자들이 스포츠맨십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5회 글로벌 대중 평가에서 유명 인사를 동원하는 일부 팀에 대해 모니카가 “왜 직업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생각 못 하는 거지?”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댄서들의 대결 무대에 외부인을 끌어들인 것에 대한 비판이다.

‘스우파’ 현상의 한 축은 자존감과 공정한 경쟁이다. ‘스우파’에 참가한 8개 팀은 모두 출중한 실력을 선보이며, 댄서로서의 자존심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해외 평론가들이 손꼽는 K팝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높은 수준의 군무. 여기엔 댄스를 업으로 하며 기량을 갈고닦은 댄스팀들이 기반이 됐지만, 조명 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라는 점을 유감없이 각인시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중한 기량과 능력을 갖춘 댄서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며 결과에 승복하고 상호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공감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26일 최종회를 앞둔 ‘스우파’는 라치카, 코카N버터, 홀리뱅, 훅 등 4개의 팀이 파이널 무대에 올라 우승을 가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