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신 수술 부위 봉합까지…'PA' 인력 업무 범위 정하고 양성화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간호사들이 9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간호인력기준 발표하지 않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간호사들이 9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간호인력기준 발표하지 않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의사 대신 의료 행위를 하는 진료지원인력, 이른바 ‘PA(Physician Assistant)’의 자격과 기준,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정해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PA는 일정량의 훈련과 교육을 받고 의사 감독하에 진찰ㆍ치료ㆍ간단한 수술 등 의사가 행하는 일부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 인력을 말한다. 국내 의료법상에서는 PA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의사 인력 부족 등으로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주장은 27일 열린 ‘진료지원인력 정책 방향 수립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연구 용역을 맡은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이날 공청회에서 진료지원인력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관리 감독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료지원인력이 수술 부위 봉합이나 매듭 짓기도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브란스 빌딩에서 '진료지원인력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유튜브 캡쳐]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브란스 빌딩에서 '진료지원인력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유튜브 캡쳐]

우선 전국 의료기관 41곳과 진료지원인력 363명을 조사한 결과 대상 의료기관의 73%는 진료지원인력과 관련한 별도의 위원회나 운영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68%는 관련 규정도 없었다. 진료의원인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68%가 별도의 교육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업무 범위가 모호하다 보니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하는 의료 행위도 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진료지원인력 중 36.9%는 수술장에서 전공의가 해야 하는 퍼스트나 세컨드 어시스트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수술 부위 봉합이나 매듭짓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도 21.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가은 계명대 간호대학 교수는 “처방 및 기록, 봉합, 봉합 매듭은 반드시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병상 규모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진료지원인력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 외에도 많은 업무 영역에서 반드시 의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진료지원인력이 대체하고 있었다” 고 말했다.


 

미국·영국·캐나다에선 PA 합법

25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뉴스1

25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근무중인 의료진. 뉴스1

연구를 맡은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PA를 합법화하고 양성하고 있는 영국이나 미국, 캐나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미국의 경우 1차 의료 환경에서 PA가 신체검진과 질병 진단 및 치료, 약물 처방을 포함해 의사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임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선 PA가 1차 또는 2차 의료기관에서 의료팀의 일원으로 고용되며 방사선 관련 검사나 약물 처방 등은 불가능하지만, 전공의 업무를 포함해 넓은 범위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환자 문진부터 신체 검진, 선별 진단 및 치료적 중재, 치료 및 약물 처방, 건강 상담 등이 가능하다.

 
윤 교수는 “미국, 영국, 캐나다의 경우 공인된 PA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공인된 국가자격인증시험과 면허제도가 정착됐고, 원칙적으로 의사의 감독이나 지도하에 지정된 업무를 위임받아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업무를 수행한다”면서 “특히 의사의 감독ㆍ지도의무, PA의 책임ㆍ업무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의료기관은 PA의 무분별한 활용을 제한하고 무면허 진료행위나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논란을 줄일 수 있도록 PA의 자격 기준과 업무 범위, 교육, 책임소재, 관리체계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관리운영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PA 관리를 위해 최소 연 1회 이상 기관·진료과별 교육을 수행하고, 이때 진료과는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직무 기술서를 마련해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의사는 전문 자격을 갖춘 PA에만 업무를 위임하고, 이때 위임되는 업무는 진료상 하위 보조활동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 수 늘려야 근본 해결” VS “법적 보호조치 마련해야”

하지만 발표 이후 이뤄진 토론 과정에서 의료 종사자 각각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업무 범위 구분에서 의사의 감독 지시 없이 진료지원인력이 직접 수행 가능한 행위는 모두 삭제돼야 한다”며 “의사 감독ㆍ지시 없이 하는 건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 문제는 필수 의료과에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것”이라며 “이 문제를 두고 임시방편으로 진료지원인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면 국민 건강과 생명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성규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물론 모든 의료 행위를 의사들이 직접 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안이지만 현실은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예를 들어 수술장에서 환자의 몸을 잡아준다든지, 기계를 컨트롤하는 부분 등 반복적이고 단순한 행위 등은 진료지원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문숙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은 “현장에서 진료지원인력들은 본인이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의사가 시켜서 의료 행위를 했는데 불법 의료 행위로 고발되면 법적 보호는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범위를 표준화 해 법적 보호를 받게 해야 한다는 점과 수행 가능한 업무 아니면 거부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 복지부의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