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다들 반대할 때 "카카오페이 해보자"한 류영준, 카카오 이끈다

카카오의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왼쪽) 내정자와 여민수(오른쪽) 대표. 카카오 제공

카카오의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왼쪽) 내정자와 여민수(오른쪽) 대표. 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차기 공동대표에 개발자 출신 류영준(44) 카카오페이 대표를 내정했다. 류 내정자는 10년 전 카카오에 입사해 핀테크 기업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주역이다. NHN(네이버 전신)나 다음을 거치지 않고 카카오에서 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첫 사례다. 류 내정자는 내년 3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여민수 공동대표와 함께 카카오를 이끌 예정이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수용 현 공동대표는 내년 3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한다.

삼성SDS 출신인 류 내정자는 2011년 5월 카카오 초창기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개발·기획·사업개발 등을 두루 거치며 실력을 입증했다. 카카오톡의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VoIP) 개발을 주도했고, ‘선물하기’ 기획에도 참여했다. 2013년 카카오톡의 결제 프로젝트를 김범수 의장에게 제안해 현재의 카카오페이로 키워내 카카오의 차기 리더로 꼽혔다. 2017년 분사한 카카오페이의 대표를 맡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 국내에 기술 기반 금융 '테크 핀' 혁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0월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연간 거래액 100조원(올해 3분기까지 누적 72조5000어원)을 바라보는 국내 대표 핀테크 앱이다. 현재 코스피 시총 12위(26조 5300억원)로, 카카오 그룹의 핵심 관계사다.

도전하는 류영준에 김범수 신임 

도전하고 개척하는 스타일의 류 내정자에 대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신임도 두텁다. 2013년 카카오 경영진 회의에서 류 대표가 카카오톡에 결제를 붙이는 핀테크를 제안하자, 대다수가 반대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이제 한번 해볼 때가 됐다”며 류 대표의 간편결제 프로젝트를 밀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 공동체 전체가 ‘기술기업’이란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고민했고, 개발자 출신으로 다양한 분야에 새롭게 도전해 성공사례를 만든 류 대표를 적임자로 봤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날 내정 사실을 발표하며 “류 내정자가 개발자로 시작해 기획, 비즈니스 등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혁신 기업으로서 본연의 DNA를 살려 카카오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내년 3월 이후 국내 양대 IT 플랫폼이 새 얼굴을 수장으로 맞이하게 됐다. 네이버가 최수연(40) 신임 대표를 내정하며 세대 교체와 글로벌에 포커스를 뒀다면, 카카오는 개발자 출신 류 대표를 통해 ‘기술 기업’이라는 초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골목상권 침해, 과다한 플랫폼 수수료 논란으로 질타를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중구난방이던 카카오의 사업을 체계화하고 수익 모델을 가다듬어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카카오택시 수수료 인상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카카오가 기술 혁신보다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을 무기로 수익 추구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 '기술 기업' 초심 집중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체제에서 여 공동대표는 골목상권과의 상생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류 내정자는 기술주도의 혁신적 신사업 발굴을 맡는다. 이날 류영준 내정자는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카카오의 ‘넥스트 10년’을 그리고 있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다"며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지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류 내정자는 카카오페이에서 일반 직원들 옆 자리에 앉아 일하며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8년 카카오페이가 연간 거래액 20조원을 달성하자 전 직원을 데리고 미국 하와이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다.


류 대표가 핀테크에 강점을 가진 만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각종 블록체인 서비스 등이 카카오톡과 더 밀접하게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일본·마카오 등 해외 진출 경험이 있긴 하지만 글로벌 사업 부분에선 다소 경험이 적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나 픽코마 등은 공동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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