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미어터지는데...정부 돌연 "26일 방역강화 발표 안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헬스장 입구에 백신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헬스장 입구에 백신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방역강화 대책을 논의한 뒤, 발표하기로 했다가 하루 전 돌연 연기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고 ‘접종증명·음성확인서’인 백신 패스 적용 대상을 식당·카페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중대본은 일상회복위 제안을 수렴해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 다음날 브리핑에서 발표하려 했는데 미룬 것이다. “아직 논의돼야 할 사항이 많다”는게 이유인데 자영업·소상공인 측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여러 방역강화 방안 제안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5일 일상회복위에서는 백신 패스 확대방안 등이 제안됐다. 식당·카페를 포함하자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면서 식당·카페를 뺀 나머지 고위험 시설 유흥시설·노래연습장·실내체육·목욕장업에 백신 패스 도입을 의무 적용했다. 하지만 확산세가 커지자 적용 대상을 고위험 시설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상회복위 관계자는 “확산세를 줄이는 데 필요한 여러 방역 강화방안이 제안됐는데 (식당·카페로의) 백신 패스 확대도 나왔다”고 밝혔다. 

백신 패스 확대 방안은 앞서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당시 내놨던 비상계획에 담겨 있다. 다만 미접종자의 식당 이용을 아예 막지는 않는다. 일행 없이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가능하다. 식당은 생활하는데 필수적인 시설로 분류되어서다. 이외 백신 패스 관련 방역강화 방안으로는 청소년까지 넓히는 내용이 있다. 백신 패스는 18세 이하는 예외를 뒀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한시적으로 백신 패스를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소아·청소년 확산은 증가세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은 성인에 비해 낮다.   

18세 이하 학령층 확진자 발생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8세 이하 학령층 확진자 발생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상회복위에서는 현재 4명까지인 식당·카페 내 미접종자의 사적모임 가능 인원을 줄이고, 전체 사적모임 허용 인원(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938명 쏟아졌다. 현재 입원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는 612명으로 역대 최다다. 수도권 뿐 아니라 전국 전담병상이 포화상태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를 감소시키려 고령층의 부스터샷(기본 접종 후 추가접종) 접종 간격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당겼다. 앞으로 한 달간 집중적으로 놓겠다는 계획인데 그러려면 의료대응 체계가 안정화돼야 한다. 확산세를 줄여 고령층 감염을 감소시키는 게 핵심이다. 방역강화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5일 신규 확진자 수는 4000명에 근접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600명을 넘으면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 수치로 집계됐고, 사망자는 39명으로 4차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의 이동형 음압 병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5일 신규 확진자 수는 4000명에 근접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600명을 넘으면서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다 수치로 집계됐고, 사망자는 39명으로 4차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서북병원의 이동형 음압 병실. 연합뉴스

 

사람 간 접촉 줄일 정책 필요하다면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12월에 60세 이상 고령층 추가 접종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추가 접종으로 면역도가 올라가기까지 4주간 의료대응 체계가 견뎌야 한다”며 “이 기간에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는 정책들을 일부 하는 게 필요하다. 일상회복위, 중대본 논의를 거쳐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접촉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강화 방안 발표는 미뤄졌다. 정부는 25일 오후 7시 14분 갑자기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며 연기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5일 일상회복위 논의 내용을 토대로 관계부처 및 업계, 단체 등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발표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한 일상회복 위원은 “방역강화가 논의의 핵심이었는데, 자영업·소상공인 위원들의 반발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역을 강화하는 순간 ‘위드 코로나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니 연기했을 수 있다”며 “사적모임을 줄일 대책 마련을 궁리 중일 텐데 인원 몇 명 줄이는 것으로는 효과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