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줄고 있지만, 위드 코로나로 다시 위기 시작”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일상이 파괴됐다. 이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늘 거라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줄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 전 센터장(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24일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 주최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한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재난 때는 줄었지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면서 극단적 선택이 증가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백종우 교수

백종우 교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3195명이다. 2019년보다 604명(4.4%) 줄었다.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였다.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는 변함없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올 1~8월 863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1~8월(8947명), 2019년 1~8월(9180명)보다 줄었다. 코로나19에는 왜 줄고, ‘포스트 코로나’에는 왜 늘게 될까. 중앙일보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공동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명 지키기 5회 기획시리즈를 싣는다. 먼저 백종우 전 센터장에게 현황과 대책을 물었다.

코로나19에 극단적 선택이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힘들다. 이 위기를 같이 견뎌서 이겨야 한다는 연대의식을 느낀다. 게다가 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된 것 같다.”
 

자살 사망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살 사망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포스트 코로나에는 왜 늘 것으로 보나.
“위드 코로나가 진행되면 구성원 간에 차이가 생긴다. ‘남들은 괜찮은데 왜 나만 힘들까’라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 극단적 생각을 하게 된다. 2년 가까이 힘든 시절을 잘 견뎌왔지만, 자원이 바닥나면서 ‘나만 힘들다’고 더 고민하게 된다.”
 

코로나19에만 그런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2년이 지나 극단적 선택이 증가했다. 또 1년 중 극단적 선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가 봄이다. 특히 5월이다. ‘남들은 야외로 나가 봄을 만끽하는데, 왜 나는 이럴까’라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자살 증가 위험 징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살 증가 위험 징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금이 그때인가.
“위드 코로나가 ‘봄의 시작’일 수 있다. 위험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가.
“코로나19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타격을 주는 게 아니다. 타격을 더 받았거나 이겨낼 힘이 없는 계층이 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 임신부, 양육 부담이 큰 여성, 취업이 안 되는 젊은 층 등이다. 이들의 위기는 벌써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자영업자의 고통이 큰 데.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다소 풀릴 수 있다. 이런 때에 만약 80%는 다소 호전되고 나머지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더 힘들게 느낀다. 외국은 락다운(봉쇄)과 해제를 반복하면서 봉쇄된 가게는 매출액 수준으로 보상하기도 했다. 한국은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오래 지속하면서도 손실액의 50%도 보상하지 않았다. 이런 게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이다.”
 

청소년은 어떤가.
“그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왕따’(집단 따돌림)나 학교폭력이 줄었다. 23일 전면 등교하면서 이런 위험에 노출된다. 반면 문제가 있는 학생을 친구가 발견할 기회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 자살 사망자 수 OECD 1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자살 사망자 수 OECD 1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조사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총점 27점 중 10점 이상)의 비율이 올 3월 22.8%, 6월 18.1%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2%)보다 훨씬 높다. ‘자살 생각’ 비율은 3월 16.3%, 6월 12.4%였다. 2019년(4.6%)보다 역시 훨씬 높다. 예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회적 노력이 절실한데, 바로 주변에 관심을 갖는 거다. 가족·이웃·직장에서 상황이 나빠지는 사람이 있는지 유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우리 모두 이웃 지킴이로 나서서 연대감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위기에 빠진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 콜센터에 편하게 전화하고, 주민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게 권리라는 점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각종 복지 서비스. 긴급복지 지원 등 300여개 복지 프로그램이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뭐 하나 제대로 못 받고 숨진 경우가 허다하다.”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는 고립돼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보건소의 가정방문 보건사업, 주민센터의 ‘찾아가는 동사무소’ 사업이 중단됐다. 독거노인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가끔 전화가 올뿐.지자체가 이들을 찾아가야 한다. 코로나19 3T(추적·검사·치료) 방식대로 대응하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
 
백 교수는 “호주는 코로나 정신건강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17조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극단적 선택 시도 후 병원에 실려 온 환자, 병원에 오지 않은 시도자 등을 관리하는 데 쓴다”며 “우리는 그래 봤자 올해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에 4000억원 남짓밖에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안실련·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