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삐삐삐-" 효과음 범벅된 김어준의 '대선후보 심리분석'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김씨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7월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일정을 마치고 김씨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노트르담 꼽추 소설에 클로드 부주교가 있습니다. 에스메랄다를 보고 폭주하죠.” (김태형 심리연구소장)
“소장님! 삐이이이-! 으하하하.” (방송인 김어준씨)
 
지난 5일 방송된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중 ‘윤석열 심리분석’ 코너의 한 대목이다. 심리연구소 ‘함께’를 운영한다는 김태형 소장이 나와 20여분간 자신이 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설을 풀었다. 김 소장은 윤 후보를 ‘가짜 모범생’이라고 규정하면서 “가짜 모범생은 어느 시점에서 방아쇠가 당겨지면 폭주한다. 처벌 공포가 약화하는 순간 유혹이 들어오면 바로 무너진다”고 말했다.

뒤이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속 악역을 윤 후보와 동일 범주 인물로 소개했다. “(가짜 모범생인) 클로드 부주교는 에스메랄다를 만나기 전까지 독실한 성직자이자 뛰어난 학자로 엄청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에스메랄다라는 집시여인을 보는 순간 그 다음부터 폭주한다. 그래서 가짜 모범생은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김씨가 지난 5일 진행한 윤석열 심리분석에서는 “충분한 사랑받지 못하거나 학대당한 것이 (윤 후보의) 권위주의적 성격 형성 배경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세동 같은 사람 잘 챙겨서 자기 세력 꾸린 것이 권위주의적 행동의 예”라는 분석이 나왔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김씨가 지난 5일 진행한 윤석열 심리분석에서는 “충분한 사랑받지 못하거나 학대당한 것이 (윤 후보의) 권위주의적 성격 형성 배경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세동 같은 사람 잘 챙겨서 자기 세력 꾸린 것이 권위주의적 행동의 예”라는 분석이 나왔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바로 이때 진행자 김씨가 끼어들어 입으로 “삐이이” 소리를 냈다. 우스꽝스런 행동으로 김 소장이 ‘윤석열의 에스메랄다가 누구인지’ 등을 공개 방송에서 추가 언급하는 걸 막는 양 한 것이다.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 실명이 나오진 않았지만, 현장에 모인 청중 10명이 화자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한 듯 박장대소했다.

김 소장은 이어 윤 후보의 ‘개 사과’ 사건을 거론하며 “캠프에는 그런 짓을 할 바보가 없다”, “본인이 씩씩거리니까 누군가 달래주기 위해서 그런 것(개 사과 사진)을 줬을 수가 있다”고 후보 아내를 암시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세동 같은 사람 잘 챙겨서 자기 세력 꾸린 것이 (윤 후보 같은) 권위주의적 행동의 예’라는 논리도 폈다.


편집본에선 실제 현장 대화 내용을 덮는 용도의 ‘삐’ 효과음이 여러 번 쓰였다. 김 소장이 윤 후보를 “권위주의적 성격”이라고 하면서 “이런 성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 있죠. ***(효과음 처리).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다 아시죠”라고 말한 식이다. “동물의 세계에 보면 ***(효과음)”라며 윤 후보를 특정 동물에 비교하는 장면도 있었다. 

심리분석? “질 낮은 인신공격”

12일 안철수 심리분석 편에서는 김어준씨가 김태형 소장을 두고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윤 후보편 때)에 '삐'(논란성 발언 삭제)를 해서"라고 말했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12일 안철수 심리분석 편에서는 김어준씨가 김태형 소장을 두고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윤 후보편 때)에 '삐'(논란성 발언 삭제)를 해서"라고 말했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유튜브·팟캐스트로 소비되는 ‘다스뵈이다’는 정규 방송과 달리 공식 제공하는 사후 대본(스크립트)이 없다. 도마에 오른 당사자가 생방송을 보거나 굳이 다시 보지 않는 한 방송 내용을 문제 삼는 경우가 적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걸 우리가 뭐하러 보고 앉아있냐”(국민의힘 당직자)는 반응이 주다. 하지만 대선 주자 네 명 중 마지막으로 다룬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편(11월 19일)에서 일이 터졌다. 

심 후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비판을 두고 김 소장이 “사적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을 꺾어내려야겠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정의당이 “온갖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얼룩진 편파방송”(배진교 원내대표)이라며 정면 반발한 것이다.

다스뵈이다는 심 후보를 “2남 2녀 막내딸이라 인정욕구가 강하다”, “성공욕, 명예욕,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인물” 등으로 평가했다. 강민진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24일 라디오에 나와 “개인 심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심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방송이었다. 굉장히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김태형 소장이 선을 넘나드는 발언을 할 때마다 김어준씨는 "소장님 개인채널에 가서 하시라" "편집하겠다"면서도 박장대소해 청중의 호응을 유도한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김태형 소장이 선을 넘나드는 발언을 할 때마다 김어준씨는 "소장님 개인채널에 가서 하시라" "편집하겠다"면서도 박장대소해 청중의 호응을 유도한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김씨와 김 소장은 지난 12일 안철수 후보를 두고도 “(심리) 키워드는 갈등과 혼란이다”, “친구가 없을 수도 있다”, “(아버지에게) 알아서 긴 거다. 내면화된 복종”, “어릴 때 방치를 당한 것 같다” 등 인신공격성 말을 난사했다. 강 대표는 “예전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부인이 ‘이재명 후보는 소시오패스다’ 이런 얘기를 해서 민주당이 굉장히 반발을 했지 않느냐”며 “그거는 안 되고, 김어준씨가 하는 거는 괜찮나. 이건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했다.

수위 맞추는 김어준…“프로 사업가”

김씨가 다스뵈이다에 심리분석 코너를 만든 건 원 지사 아내인 정신과 의사 강윤형씨의 등장 이후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정규 방송 ‘뉴스공장’에 강씨와 설전을 벌였던 이재명 캠프 소속 현근택 변호사를 불러 이렇게 물었다. “강윤형 씨가 정신과 전문의니까 전문가로서 그 정도 견해를 낼 수 있고, 또 트럼프-힐러리 대선 때 미국에서도 여러 의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문제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나.

닷새 뒤 다스뵈이다에 김 소장이 등장했다. 2017년 대선 직전 ‘싸우는 심리학자’ 컨셉의『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책을 낸 김 소장은 앞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신파괴, 폭주”라고 공개 비난한 친여 인사다. 지난 7월 『2021·2022 이재명론』을 공동 출간해 이 후보 지지를 분명히 했다. 

매주 금요일 업로드되는 '다스뵈이다'를 보거나 듣기 위해 모인 구독자는 86만7000여명에 이른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매주 금요일 업로드되는 '다스뵈이다'를 보거나 듣기 위해 모인 구독자는 86만7000여명에 이른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김어준씨가 치밀하게 의도된 각본 속에 라디오·유튜브를 계산적으로 넘나들며 여권 지지층을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스뵈이다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가기만 하면 개인 유튜브 구독자가 만 명씩 는다”(지방 초선)는 말이 돌 정도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 등 보수 유튜브 역시 극단적이고 원색적이라는 점은 같지만, 김씨는 어느 것이 선거법에 걸리는지 잘 알고, 채널에 따라 수위를 분별한다는 의미에서 프로 비즈니스맨”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달 30일 심리분석 1번 타자로 다룬 이재명 후보의 키워드는 ‘공익형 인간’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음모론을 주무기로 삼아 온 김씨가 흥행코드로 심리분석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 후보을 지원한다지만 가볍고 거칠고 편파적인 언행은 중도 확장이 시급한 이 후보에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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