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식감은 연근이, 단맛은 새우가 책임진다, 새우연근솥밥

익숙한 식재료도 품질이나 조리법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집니다. 스페인과 한국의 미쉐린 레스토랑 등 파인다이닝에서 제철 식재료를 다뤄온 송하슬람 대표가 5년 전 반찬가게인 '마마리마켓'을 낸 이유인데요. 좋은 식재료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맛보고 알아갈 수 있도록 문턱이 낮고 친숙한 반찬을 선택한 것이죠. 한식부터 다이닝 메뉴까지, 그 계절에 나는 좋은 식재료로 만든 송하슬람 셰프의 요리를 매달 한 품씩 소개합니다. 

 
① 새우연근솥밥 

식감과 단맛이 어우러진 새우연근솥밥. 사진 송하슬람

식감과 단맛이 어우러진 새우연근솥밥. 사진 송하슬람

비에 푹 젖은 진한 낙엽 내음이 나기 시작하는 계절이 되면, 어머니가 운영하던 고향 옥천의 식당에는 반가운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산삼을 캐는 심마니처럼, 이 산 저 산에서 버섯을 채취하는 버섯 사냥꾼 아저씨들이다. 싸리버섯, 밤버섯 같은 자연산 버섯들과 흙내음 가득한 뿌리채소들을 들고 어머니의 식당을 찾았다.  

어머니는 그 식재료들을 구매해서, 구수한 찌개를 끓이고 다른 채소들을 더해 볶음요리로 식탁을 차려주셨다. 화려한 색감은 아니지만, 단맛 나는 햅쌀과 늦가을 햇볕에 무르익어 향이 좋은, 자연의 식재료로 완성한 밥상이다. 잊지 못할 고향의 추억이다. 이 추억은 공기가 사뭇 차가워지는 이맘때마다, 연상작용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한다. 버섯과 뿌리채소에서 은은하게 풍기던 땅의 향기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그러면 나는 어느새 흙내음이 가득한 뿌리채소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다양한 가을의 뿌리채소 중에서도 나는 연근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만드는 편이다. 연근이 가진 뿌리채소 특유의 향과 가볍게 살푼 익혔을 때 적당히 씹히는 식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연근은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다. 간장을 넣고 졸여 내는 연근조림처럼, 연근을 주재료로 사용해도 좋지만 다른 식재료와 섞어도 안정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뿌리채소 특유의 향을 맛볼 수 있는 연근. 사진 pixabay

뿌리채소 특유의 향을 맛볼 수 있는 연근. 사진 pixabay

예를 들면, 나는 부드러운 살의 생선이나 육류조림에 연근을 넣는다. 연근이 씹히는 이질적인 식감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떡갈비나 만두소에 넣어 사용하는 방법도 즐긴다. 형태를 온전히 살리지 않고 프로세서나 강판에 거칠게 갈아 새우살과 함께 반죽해 부쳐내는 전도 좋아한다.  


새우와 연근으로 만든 전은 ‘마마리마켓’의 인기 상품이기도 하다. 여러 연령층에서 폭넓게 사랑받는 메뉴라는 게 포인트다. 홍콩에 있는 ‘마마리마켓’에서도 꽤 인기가 좋은 걸 보면, 외국인에게도 어필하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이 정도 선호도라면 칼럼에 선보이기도 제격일 듯해, 첫 칼럼 주제를 ‘연근과 새우’로 골라봤다.  

대신 전이 아니라 솥밥으로 메뉴를 바꿔봤다. 계절의 향이 담긴 연근과 단맛이 오른 새우가 어우러진 새우연근솥밥이다. 솥밥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식인 동시에 스페인의 쌀 요리 파에야처럼 이국적인 풍미를 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약간의 단맛이 있는 연근 조림을 위에 올려 덮밥처럼 먹을 수도 있다.  

새우연근솥밥의 풍미는 연근에 좌우된다. 향이 좋은 뿌리채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 때 내가 유의하는 점은, 재료가 가진 맛 중에 너무 쓴맛이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그 고유의 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보통 소금물에 연근을 담가 쓴맛을 제거하거나 단맛으로 쓴맛을 눌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깨끗이 씻은 연근을 껍질까지 사용하는 편이다. 

제철 식재료의 향을 살리기 위해서다. 뿌리채소의 향을 살리려면 너무 달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또 다른 부재료를 섞어 시각적으로 색감이 다채롭게 보일 수 있게 만들도록 한다. 뿌리채소 자체가 색감이 화려한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Today`s Recipe 송하슬람의 새우연근솥밥 
솥밥의 생명은 밥물이죠. 레시피에는 밥물을 300g 넣으라고 표시했지만, 쌀을 씻어 불린 후 무게가 200g을 넘는다면 적게 넣는 것이 좋습니다.  

솥밥은 물 조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송하슬람

솥밥은 물 조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송하슬람

 
재료준비 (2인 기준)

새우연근솥밥 재료들. 사진 송하슬람

새우연근솥밥 재료들. 사진 송하슬람

햅쌀 200g, 연근 100g, 새우 90g, 물 또는 육수 300g, 국간장 15g, 달걀 1개,
연근조림 양념장: 물 1000g, 미림 100g, 설탕 50g, 간장 50g.  

만드는 법  
1. 쌀은 씻어 30분 불린 후 빼준다.
2. 새우 1/3과 연근은 1㎝ 두께로 썰어 준비한다. 
3. 솥에 1과 2를 넣은 후, 물 또는 육수를 붓고 국간장을 넣어서 밥을 짓는다. 
4. 냄비에 연근과 조림 양념을 모두 넣고 센불에서 끓여준다. 양념이 반으로 줄어들면 불을 줄여서 자작하게 졸여준다
5.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새우를 굽는다.
6. 쌀이 한번 끓어 오르면 뚜껑을 열어 위아래로 한번 섞어주고 5분 정도 더 끓인 후 4와 5를 넣고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인다.
7. 밥 위에 쪽파와 포치드에그(poached eggs 수란)를 곁들여도 좋다. 수란이 어려우면, 달걀 후라이도 괜찮다. 

-포치드에그(수란) 만들기
냄비에 물 1L, 식초 2큰술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끓어오르면 회오리가 생기게 물을 저어주다 달걀을 넣고 익힌다.  

송하슬람 마마리마켓 대표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