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작곡가 안익태 친일 의혹 제기’ 김원웅 무혐의…유족 22일 항고

김원웅 광복회장. 연합뉴스

김원웅 광복회장. 연합뉴스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1906∼1965)의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가 유족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당한 김원웅 광복회장에 대해 검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강범구 부장검사)는 지난 9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김원웅 회장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회가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입수했다. 그중에는 안익태가 베를린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축하 연주회를 지휘하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회장은 방송 출연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서요 “안익태 선생이 음악으로 친일·친나치 활동을 했으며 일본의 베를린 첩보를 담당했다”,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해 애국가를 작곡했다”, “‘코리아 환상곡’은 ‘만주국’ 등의 자기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익태 선생의 친조카 안경용(미국명 데이비드 안)씨는 지난해 11월 김 회장을 고소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4월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고, 안씨 측은 이에 불복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 달라며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사건을 5개월가량 검토한 검찰도 지난 9월 16일 경찰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불기소처분 근거로 ▲안익태 선생이 만주국 건국 1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본인이 작곡한 ‘만주국’을 지휘한 점 ▲‘만주국’의 합창 부분은 베를린 주재 만주국 공사관이던 에하라 고이치가 작사했고, 안익태 선생이 그의 사저에서 2년 반 함께 지낸 점 ▲미 육군 문건에 따르면 에하라 고이치가 일본 정보기관의 독일 총책이라는 주장이 있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애국가가 불가리아 민요 ‘오 도브르자의 땅이여’와 선율 전개가 유사하고 출현음 일치도가 58∼72%에 달하는 점 ▲학계에서도 ‘코리아 환상곡’이 ‘만주국’, ‘쿄쿠토’(극동) 등의 자기표절이라는 주장이 있는 점 ▲십수년간 안익태 선생의 친일 행적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김 회장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거나 허위임을 인식하고 발언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애국가를 작곡한 고 안익태 선생의 친조카 안경용(미국명 데이비드 안)씨 고소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기 위해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애국가를 작곡한 고 안익태 선생의 친조카 안경용(미국명 데이비드 안)씨 고소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기 위해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씨 측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지난달 22일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항고장에 따르면 안씨 측은 문제의 ‘만주국 건국 10주년 기념 음악회’ 영상이 김 회장의 주장처럼 ‘독일 정부로부터 입수’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베를린 연방문서보관소에서 수집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안익태 선생이 일본 첩보원이었다는 물증은 남아 있지 않으며, 미 육군 문건도 존재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애국가가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안익태 선생은 애국가를 완성한 1935년 전 유럽 지역을 방문한 적 없고, 과거 비슷한 논란이 있었을 때도 공석준 연세대 작곡과 교수와 문화공보부(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 등이 표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출현음 일치도 비교는 각 음이 어떤 순서와 박자로 배열됐는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어떤 높이의 음이 쓰였는지만 비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씨 측은 “검찰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김 회장 측이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서울고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