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망신살…LX 이어 인국공 사장 자르려다 되레 졌다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이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연합뉴스]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이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연합뉴스]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에 이어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장의 해임처분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토부가 애초 무리하게 해임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LX와 마찬가지로 인국공에서도 한동안 '한 기관 두 사장 근무'라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구 전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구 전 사장은 2019년 10월 2일 2019년 10월 2일 국정감사 당일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국감장을 떠났으나 인천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자택 근처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쓴 내역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국토부는 경위 조사 등을 거쳐 구 사장의 해임을 건의했고,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해임 건의안을 결했다. 해임안은 지난해 9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확정됐다.


 
 이에 구 전 사장은 국토부 직원들이 영종도의 사택에 동의 없이 들어와 사실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감사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지난해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구 전 사장은 "내용과 절차적으로 위법 부당한 해임"이라며 "보안요원의 본사 정규직 추진을 둘러싼 인국공사태 꼬리 자르기와 사퇴 강요압박 등 불합리한 처사가 많았다"고 밝혔다. 

최창학 전 LX 사장은 지난 3월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겨 한동안 복직했다.[연합뉴스]

최창학 전 LX 사장은 지난 3월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겨 한동안 복직했다.[연합뉴스]

 
 앞서 3월에는 갑질 논란 등으로 지난해 해임된 최 전 LX 사장이 역시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최 전 사장은  2019년 국정감사 등에서 새벽 운동을 나갈 때 수행비서와 운전원을 동반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LX의 드론교육센터 후보지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2019년 8월 경북도와 드론교육센터 부지 유치를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청와대 공직감찰반이 감찰에 나섰으며, 국토부도 자체 감사를 벌여 공직자의 청렴의무와 임직원 행동강령,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해임을 건의했다. 최 전 사장은 지난해 4월 임기를 1년 3개월 남기고 해임됐다. 

 하지만 최 전 사장은 "갑질과 업무협약 논란 등은 사실과 다르고, 해임처분 과정에서 제대로 의견제출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해임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최 전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에서 승소한 최 전 사장은 곧바로 LX로 출근을 시작해 김정렬 현 사장과 함께 '한 기관 두 사장'이라는 공기업 초유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 전 사장은 지난 7월 잔여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구 전 사장과 최 전 사장의 해임은 모두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시절에 이뤄졌다. [연합뉴스]

구 전 사장과 최 전 사장의 해임은 모두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시절에 이뤄졌다. [연합뉴스]

 
 당시 국토부는 “법원이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했기 때문에 최 전 사장이 복직해서 활동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구 전 사장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구 전 사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1심에서 승소한 구 전 사장이 인국공으로 출근하겠다고 나서면 말릴 방법은 현재로써는 없는 상황이다.  

 구 전 사장은 "복직과 출근 여부는 고민 중"이라며 "조만간 판결문 전문을 받아보고 지인들의 의견을 구해본 뒤 최종 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두 해임 건 모두 김현미 전 장관 시절에 발생한 걸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 출신 전직 고위 관료는 "공기업 수장의 해임은 사유와 절차 모두 꼼꼼히 따져서 해야 하는데 너무 무모했던 것 같다"며 "김 전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직 관료도 "구 전 사장의 경우 당시에 해임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국토부도 이번 기회에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