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무상 제공받아 6600억 대출한 전자랜드, 과징금 23억원

계열사로부터 부동산 담보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이를 이용해 은행에서 6000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SYS리테일(구 전자랜드)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SYS리테일은 전국의 전자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다. 지점을 늘리고 상품 매입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지자 계열사의 자산을 이용해 저금리 대출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1~6% 금리, 한 번에 700억까지 대출

지난 4월 26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TV 매장. 연합뉴스

지난 4월 26일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TV 매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SYS리테일과 그 계열사인 SYS홀딩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과징금 23억6800만원을 부과했다고 1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이 계열회사를 부당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전자랜드가 SYS홀딩스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받은 부동산 담보는 지난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3616억57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자랜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진 2009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1년간 195회에 걸쳐 총 6585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아왔다. 대출 만기가 도래하면 또 다른 대출을 받는 식으로 대출 회수가 수백 건까지 늘었다. 한 번에 최대 700억원 대출을 받기도 하는 등 평균 800억원대 대출을 유지했다고 한다. 전자랜드가 농협과 신한은행을 통해 돈을 빌릴 때 적용된 금리는 최저 1%에서 최대 6.15%다.

담보 제공, 대가줘야만 하는데…

같은 조건에서 부동산 담보가 없었다면 6.22~50.74%로 빌려야 했다고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자랜드가 이 같은 방식으로 금리를 낮춰 얻은 이익만 78억1100만원에 달한다. 부동산 담보를 제공한 SYS홀딩스와 전자랜드가 계열사 관계인만큼 담보에 대한 대가만 지급됐다면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담보에 대한 대가 지급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연합뉴스

대출로 지점 늘고, 흑자 전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던 전자랜드의 영업이익은 2013년부터 흑자로 전환한다. 매출도 이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공정위는 저금리 대출로 지점을 확대한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전자랜드 지점 수는 2009년 103개에서 지난해 130개까지 늘었다. 상품매입에 쓴 비용도 같은 기간 5711억원에서 7412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 기준 전자랜드의 차입금 의존도는 46.85%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랜드의 판매능력 제고와 성장이 중소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09년 51.8%였던 4대 가전전문점(전자랜드·삼성·LG·하이마트) 비중은 2019년엔 65.9%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소형 가전대리점의 점유율은 29.2%에서 14.9%로 줄었다. 공정위는 전자랜드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점을 확대하면서 지방 중소 가전유통점이 받는 영향이 특히 컸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공정위는 전자랜드를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SYS홀딩스와 리테일(전자랜드)이 2001년까지 한 회사였다가 물적 분할로 나뉘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전자랜드 측은 “이전까지 같은 회사로, 담보에 대한 대가 제공 필요성을 의식하지 못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이를 일부 반영해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