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춤 추는 사람이 짜증이 없고 덜 피곤한 이유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69)

요즘처럼 코로나 감염위험 때문에 사람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하다 보면 기와 혈류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몸은 끊임없이 혈류가 돌면서 氣(기)가 흐르고 있다. ‘기가 막힌다’는 말은 당황스러운 것을 대했을 때 하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연애를 하게 되면 얼굴색이 환하게 핀다. 호르몬 작용으로 기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미세한 전류와 자기장도 흐른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손끝으로 누를 때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부부지간에도 서로 접촉할 일이 적어진다. 각방을 쓰고 부부관계도 끝낸 지 오래된 사람들이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더 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40%나 된단다. 그전에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악수도 하곤 했지만, 지금은 팔꿈치를 부딪히거나 주먹을 잠깐 부딪히는 것으로 대신한다.

 
전철을 탔을 때 경로석이 비어 있으면 편안히 간다. 그러나 경로석이 차 있어 일반석에 젊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아서 가다 보면 일종의 기를 느낀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기를 받아 젊어진다는 말도 있다. 지압이나 안마를 전문으로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들은 말로는 아픈 사람을 대하다 보면 기가 빠져 시술하는 사람도 아프다는 얘기도 들었다. 혼자 사는 사람도 전철의 비어 있는 경로석에 앉은 것처럼 편안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기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면은 있겠지만, 기는 움직이고 흐르고 있어야 좋은 것이다.

 

댄스를 하려면 서로 홀드해야 한다. 거기 더 해서 서로의 힘이 맞서는 텐션까지 주고 받으면 기의 소통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진 pxhere]

댄스를 하려면 서로 홀드해야 한다. 거기 더 해서 서로의 힘이 맞서는 텐션까지 주고 받으면 기의 소통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사진 pxhere]

 
기라는 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있긴 있는 모양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머지않아 폐허가 되고 혼자 사는 집보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이 화기가 있게 마련이다. 늘 혼자 자다가 여행 가서 동성의 룸메이트와 같은 방에 자게 될 때 혼자 잘 때와는 다른 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서로 닿지 않는 거리라도 그렇다. 천장이 높은 침대방보다 천장이 낮은 온돌 바닥에 나란히 누워 자고 나면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체온과 호흡이 더해져서 그럴 수도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앤공주가 기자인 죠 블래들리의 하숙집 방에 들어갔을 때, 한 방에 남자와 단둘이 있으니 기묘한 기운을 느낀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 가까이 지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스킨십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정 거리 내에 접근하면 경계 의식이 발동한다.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에는 더하다. 대략 친밀한 거리 50㎝, 개인적 거리 1m, 사회적 거리 2m, 공적인 거리 4m라고 볼 때 어지간한 사이가 아니고는 친밀한 거리 내에 접근하면 몸이 긴장한다.

 
힘들고 외로울 때, 두렵거나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큰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갈 때, 심지어 죽어갈 때 누군가 손을 잡아 주면 큰 위안이 된다고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탯줄을 끊는 순간 혼자가 되지만, 누군가와 접점을 유지해야 마음의 평정을 얻는 모양이다.

 
스킨십은 최소한 악수 정도까지는 해야 스킨십이다. 친밀한 거리 이내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서로 신체의 일부가 닿은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기가 소통하게 된다. 댄스를 하려면 서로 홀드해야 한다. 한손은 파트너와 손을 맞잡는다. 장갑을 끼지 않는 한 맨살이다. 다른 한손은 허리에나 견갑골,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얹는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거기 더 해서 서로의 힘이 맞서는 텐션까지 주고받으면 기의 소통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커플 댄스의 많은 부분이 서로 마주 보며 반대로 움직이는 것도 일정한 기의 유지 내지는 소통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수승화강(水昇火降)의 법칙’과 ‘명문혈(命門穴)’이라는 게 있다. 기의 순환과 흐름을 설명한 주장이다. 명문혈은 생명의 문을 연다는 뜻으로 배꼽의 반대편 등쪽에 위치한다.

 

한의학에서는 짜증과 피로의 원인을 기의 흐름으로 설명한다. ‘수승화강’이란 물은 위로 올리고 불은 내리라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서 불은 대지를 달궈서 차가운 땅의 물을 증발시키고 증발한 물은 다시 구름이 되어 대지를 적시게 하여 순환한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불이 위로만 향하고 물은 아래로만 향하면 중간에 비게 되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에서 심장을 불(火)로 보고 신장을 물(水)로 본다고 한다. 불이 위로만 오르게 되면 눈이 충혈되고 두통이 생겨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게 되고, 물이 밑으로만 내려가면 발과 배가 차가워져서 소화도 안 되고 정력도 떨어지며 여성은 생리불순이 된다는 것이다. 

 

척추의 뿌리라고 하는 명문혈을 바로 세우는 데는 모던 댄스가 적합하다. 발을 11자로 서야 엉덩이가 올라붙어 허리가 위쪽으로 바로 서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 flickr]

척추의 뿌리라고 하는 명문혈을 바로 세우는 데는 모던 댄스가 적합하다. 발을 11자로 서야 엉덩이가 올라붙어 허리가 위쪽으로 바로 서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 flickr]

 
이것은 발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차갑게 해야 한다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속설과도 맞아 떨어지는 얘기이다. 이 한(寒)과 열(熱)이 뒤집히지 않고 서로 균형을 잡고 일정한 편차를 유지해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상식이다. 갱년기 이후에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불면증도 결국 ‘수승화강’으로 ‘두한족열'을 만들지 못한 결과라는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는 방법으로 척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명문혈만 바로 세워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명문혈은 꼬리뼈 바로 위쪽에 위치하고 있고 생명의 관문이라고 했다. 자세만 바르게 해도 이 관문을 통해서 수승화강이 원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명문혈을 바로 세우는 방법은 발을 팔(八)자로 벌리지 말고 11자로 서는 것이다. 엉덩이가 올라붙은 모양이 되면서 허리가 위쪽으로 바로 서게 된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면 댄스가 왜 여기 딱 들어맞는지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모던 댄스가 팔자 기본자세인 라틴댄스보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더 적합하다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모던댄스의 기본자세인 포스쳐가 바로 명문혈을 바로 세우는 자세이다. 여기에 등과 목을 바로 세우고 발바닥의 앞꿈치 사이에 있는 생명과 기운의 원천인 용천혈(湧泉穴)까지 자극해준다면 명문혈이 몸 전체에 제대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댄스하는 사람들이 짜증도 덜 내고 화를 금방 가라앉히며 덜 피곤해서 심신의 평온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이러한 자세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따로 땀을 흘리고 어렵더라도 힘이 좀 들어야 제대로 운동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세만 바로 해도 우리 몸은 알아서 잘 돌아간다. 그러나 생활습관에서 본인도 모르게 굳어진 나쁜 자세로 이런 통로를 막고 있다면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머리에 열이 오르면 수승화강을 거꾸로 행하고 있는 것이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의학을 댄스와 접목한 내용은 많지 않지만 이런 응용으로 댄스의 장점을 하나씩 더 확신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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