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도 홍남기도 반대한 다주택 양도세 완화…전문가는 "검토 해야"

다주택자에게 또다시 집 팔 기회가 올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다음 정부 숙제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는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한시적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간 큰 폭의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물량 잠겨” vs “물량 늘 것”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2일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대해 “다음 정부에서 검토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속은 이날 KBS 유튜브 채널 ‘디라이브’에 출연해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민주당의 당론 수준으로 나온 얘기가 아니고, 개인적인 의견을 잠깐 거론된 것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조치는 정부에서 논의된 바 전혀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논의를 막아선 것은 매물이 잠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집값이 정부 취득세·보유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 강화로 안정화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셋째 주와 넷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20%→0.17%로 상승 폭을 줄였다고 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0.21%→0.18%)·서울(0.13→0.11%)도 상승률이 소폭 감소했다.

기재부는 최근 다주택자 매도 의사도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은 지난달 전체 서울 주택 매도자 중 다주택자 매물이 4만5000호라고 했다. 올해 9월 3만9000호보다 15% 증가했다. 전체 서울 주택 매물에서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월(35.6%)과 비교해 10월(36.6%) 소폭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다시 거둬들여 집값이 오른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시장 흐름을 오히려 반대로 읽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말한 다주택자 물량이 의미 있게 볼 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은 데다, 양도세율 강화로 오히려 시장에 나오지 못한 매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최고 80%가 넘는 높은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 수 없는 구조”라면서 “내년에 서울 입주물량이 더 줄어드는데, 다주택자 물량이 지금처럼 잠기면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임대차 3법으로 임대 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어난 만큼 오히려 장기간 큰 폭의 양도세를 인하해 다주택자 물량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신뢰 훼손” vs “이미 신뢰 잃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다주택자 양동세 완화 검토"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오히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다주택자 양동세 완화 검토"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오히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집값은 물론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는 점도 우려한다. 기재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도입할 당시 2017년 8월부터 약 8개월간, 양도세 중과세율을 더 올린 지난해 7월부터 약 11개월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미 집 팔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 다시 양도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정부 정책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떨어진 상태고, 오히려 지금 정책이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다주택자 양도세율 강화로 집을 팔기보다 증여나 상속으로 회피한 물량이 더 늘었다고 본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7240건)부터 2018년(8182건)·2019년(9210건)까지 상속·증여세 조사 건수는 매년 큰 폭 증가했다. 일부 부동산 수요가 강남 등 비싼 주거지역의 똘똘한 1채로 몰리는 것도 양도세율 강화의 부작용이라고 분석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매번 부동산 정책을 내면서 집값을 안정시킨다고 했지만, 결국 물량이 잠기고 가격은 치솟았다”면서 “이미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없는데 어떤 일관성과 신뢰를 지킨다고 하는 것이지 모르겠다”고 했다.

“과세 형평” vs “징벌적 과세”

과세 형평성이 흔들리는 것도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율 인하를 반대하는 이유다. 기재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무주택·1주택자에 박탈감을 줄 수 있고, 정부 정책을 믿고 이미 집을 판 다른 다주택자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미 최대 80%가 넘어가는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오히려 징벌적 과세에 가깝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라고 해도 다 투기꾼이 아니라 개인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있고, 일부는 저렴한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등 순기능도 있다”면서 “이들을 모두 투기꾼으로 모는 것은 집값 안정을 위한다기 보다는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