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만취 여성 차에 태워 추행한 남성…감금죄도 기소해야"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술에 취해 길에서 정신을 잃은 20대 여성을 차량에 태워 운행한 뒤 강제추행한 50대 남성에게 감금죄도 적용해 기소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50대 남성 A씨에게 강제추행 피해를 본 B씨가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상대로 청구한 감금죄 불기소처분 취소를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A씨의 감금 혐의를 수사기관이 불기소 처분한 것은 B씨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해당 처분을 취소하고 기소해야 한다는 결정이다.

A씨는 지난해 9월 22일 새벽 4시 30분경 대구의 한 식당 앞 노상에서 만취해 정신을 잃은 20대 여성 B씨를 발견하고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태웠다. 다행히 그 장면을 목격한 한 남성이 “흰색 차량이 만취 여성을 태워 가는 것을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그 후 1.1㎞를 운행했고, B씨는 그사이 정신이 돌아와 하차하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상체를 눌러 나가지 못하게 했고, 얼굴을 잡아 강제로 키스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도착하자 B씨는 도와달라고 소리쳤고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감금 혐의도 있다고 수차례 주장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A씨가 B씨를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에 불복한 B씨는 검찰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A씨가 만취한 B씨를 그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검찰은 물리적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감금죄 성립을 부정했지만 이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