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단독처리 '607조 수퍼예산' 반전…곳곳엔 여야 짬짜미 흔적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607조 7000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이번 예산에는 손실보상금과 매출감소 지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68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607조 7000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이번 예산에는 손실보상금과 매출감소 지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68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뉴스1

 
국회가 3일 본회의를 열어 60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의결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원안(604조4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이 순증된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회에서 정부안보다 예산이 늘었다.  

이날 본회를 통과한 예산안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지원 관련 예산이 6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중 절반가량인 35조8000억원은 소상공인 213만명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금융지원에 투입된다. 여야 간 핵심 쟁점이었던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인상됐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정부안 1조8000억원에서 4000억원 증액된 2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전북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방문해 시설 설명을 들은 뒤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전북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방문해 시설 설명을 들은 뒤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강하게 주장해온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6조에서 30조원으로 5배 증액됐다. 이 후보는 기재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지난달 15일 “따뜻한 안방이 아니라 찬바람 부는 엄혹한 서민 삶도 직접 체험해 보시라”고 하는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지역화폐 예산 확대를 압박해왔다. 그는 이날 본회의 종료 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요청 드린 지역화폐 발행예산이 기존 6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대폭 늘었다”며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당 대통령 후보 위해 혈세 펑펑”

여야는 당초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인 전날(2일) 처리를 목표로 오후 늦게까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하한액 등을 두고 공방을 벌인 끝에 합의안 도출에 실패,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경항모는 군사전략과 작전 측면에서 실익은 없고 돈 먹는 하마가 되어 두고두고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며 “우리 안보에 더 시급한 전략 무기는 잠수함과 미사일, 무인전력 등이다”라고 주장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원래 제출된 정부 예산안도 최악의 슈퍼예산인데, 국회에서 삭감은커녕 3조3000억을 늘려서 ‘슈퍼 울트라 예산’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여당 대통령 후보를 위한 예산을 수십조원이나 늘려놔 혈세를 펑펑 쓰고 뒷감당은 미래 세대에게 떠넘겨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예산안은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거나 기권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투표에 참가한 재석인원 236명 중 159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53명, 기권이 24명이었다. 야당이 반대한 경항모 사업 예산은 국회 국방위에서 5억원으로 삭감됐던 걸 정부 원안인 72억원 규모로 반영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607조 7000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이번 예산에는 손실보상금과 매출감소 지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68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1회국회(정기회) 13차 본회의에서 '607조 7000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이번 예산에는 손실보상금과 매출감소 지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68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뉴스1

 
겉으로는 여야 ‘합의 불발’이었으나, 예산안 곳곳에는 거대 양당이 증액에 합의한 이른바 ‘짬짜미’ 항목이 포함됐다. 우선 국회의 사업 예산 다수가 증액됐다. 코로나19 변이가 확산되며 해외 출·입국 방역 지침이 강화되는 국면이지만, ‘의원 외교활동’ 명목 예산이 정부안(79억4400만원) 대비 15억7300만원 늘어 95억1700만원으로 통과된 게 대표적이다. 정부안에 45억원 규모로 편성됐던 ‘의회 경호 및 방호’ 예산도 3억1500만원이 추가됐다. ‘PC 교체’ 예산도 8억원에서 5000만원이 추가됐다.

의원들의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예컨대 국회 예결위 소위 위원으로 예산 심의과정에 참여했던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내년 개교를 앞둔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에 연구운영비 270억원을 비롯해, 핵융합 선도기술개발사업 ‘초전도 도체 시험설비 구축’에 40억 등의 예산을 확보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울산 남구 을)의 지역구엔 울산 남구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 76억원, 성암소각장 1·2호기 재건립 사업 30억원이 배정됐다.

예산안 조정소위에 참여하지 못한 소수 정당에서는 “내년 예산안도 거대 양당만의, 거대양당에 의한, 거대 양당만을 위한 심사를 진행하다 민주당 단독안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강은미 정의당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강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 오늘 본회의까지 심사상황을 보고받지 못했으며, 예산심사와 결정 과정에 입법 기관으로서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었다”며 “우리가 의결하는 2022년도 예산안이 우리 사회에 가장 낮은 곳을 향했는지 다시 한번 겸허히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