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빨간불…中 사회과학원 "내년 성장률 32년만에 최저"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의 헝다그룹이 건설한 쇼핑몰에서 청소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의 헝다그룹이 건설한 쇼핑몰에서 청소원이 청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이 안팎에서 켜지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이 30여년 만에 가장 낮을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지난 6일 중국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지급준비율을 인하(0.5%포인트)하며 서둘러 시장 달래기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최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지난 6일 발표한 ‘중국 경제 청서-2022년 중국 경제 정세 분석 및 예측’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3%로 제시했다. 지난 30여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의 성장률이 6% 아래로 내려간 건 코로나19 충격을 겪은 지난해(2.3%)를 제외하면 1990년(3.8%)이 마지막이다. 

 
사회과학원은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소비 침체 상황에 부동산 경기 불황과 수출 부진이 겹쳐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성장률은 5%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회과학원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8.0%로 예상했다.

연도별 중국 경제성장률 변화 및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도별 중국 경제성장률 변화 및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해외기관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경고해왔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6일(현지시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화상 회의에서 “중국의 성장 동력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 10월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7%에서 5.6%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국 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부동산 거래 둔화로 2022~31년 평균 성장률이 연간 3% 또는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은행 담보 대출이 주춤하면 내년도 성장률은 2.2%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는 복합적이다. 헝다(恒大)발 부동산 부채 위기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동부유’ 기조에 따른 기업규제 등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이란 변수와 전 세계적인 공급망 대란과 그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기업 부담도 크다. 

중국의 10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13.5%(전년동기대비)로 국가통계국이 1996년 관련 통계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PPI 상승세가 이어지며 소비자물가로 상승 압력이 전이될 우려도 커진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는 9일 발표될 11월 PPI는 12.1%,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1%포인트 높은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중국 경제 성장 엔진인 수출은 둔화하고 있다. 7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1월 중국 수출은 3255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2.0% 증가했다. 전달(27.1%)과 비교해 5.1%포인트 떨어졌고 지난해 12월(18.1%) 이후 최저치다. 중국 월별 수출 증가율은 지난 2월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치솟는 물가에 둔화하는 성장세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류스진(劉世錦) 인민은행 금융정책위원은 지난달 한 포럼에서 “중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더디고 PPI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은 준(準)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지도부는 ‘안정’을 내년 경제 운용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6일 내년 경제 업무 분석 회의에서 “온중구진(溫中求進·안정 속에서 나아감)을 견지해야 한다”며 “적극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실시해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날 중앙정치국은 부동산 억제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써왔던 '방주불초(房住不炒·집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표현 대신 ‘부동산 산업의 양성 순환’을 언급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위축으로 인한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을 의식한 고위층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인민은행이 지난 6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전격 결정한 것도 경기부양의 의지를 다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중국만 돈줄을 여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경제 경착륙을 막기 위해 중국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상반기 지준율을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에도 성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진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무관용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의 봉쇄 조치가 강화되면 내년 초 경기는 추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 주석의 공동부유 목표도 또 다른 변수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공동부유 추구에 따른 기업규제 강화 흐름이 중국 경제 성장의 저해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對) 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25.2%에 달한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지난달 25일 “중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1~0.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