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형제의 난' <허웅·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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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프로농구 DB 허웅(왼쪽)과 KT 허훈. 장진영 기자

프로농구 DB 허웅(왼쪽)과 KT 허훈. 장진영 기자

 
“이번엔 제가 이기고 (허)훈이에게 전화를 걸 예정이다. 훈이가 약 올라서 바로 끊게 만들어 주겠다.”

프로농구 원주 DB 허웅(28)이 동생 허훈(26·수원 KT)에게 선전포고했다. 허웅과 허훈은 11일 오후 5시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맞붙는다. 허훈이 발목 부상 여파로 1~2라운드에 결장한 탓에 이 경기가 올 시즌 첫 ‘허씨 형제’ 대결이 됐다. 8일 두 선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허웅은 지난 1일 창원 LG전에서 39점을 몰아쳤지만, 팀이 패했다. 그날 밤 허훈이 전화를 걸어 “100점 넣으면 뭐하냐. 팀이 지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놀렸다. 허웅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허웅은 “통화 내용은 생각하기도 싫다. 이번 주 토요일(11일)만 기다리고 있다”고 잔뜩 별렀다.

이 말을 전하자 허훈은 “DB가 몇 위죠? 8위인가. 아~ 공동 5위요? 많이 올라왔네. 근데 우리랑 겸상할 순위가 아니죠. KT는 굳건한 1위이자 우승을 바라보는 팀이다. 최근 6연승을 괜히 한 게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어 “DB가 (강)상재 형이 전역해서 만만히 볼 팀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길 거다. 형에게 전화를 걸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해주겠다”고 다짐했다.

프로농구 DB 허웅(왼쪽)과 KT 허훈. 장진영 기자

프로농구 DB 허웅(왼쪽)과 KT 허훈. 장진영 기자

 
형제의 어머니 이미수씨는 “남편이 예능 촬영을 겸해서 경기장에 간다”고 전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가 관중석에서 두 아들을 지켜본다. 허웅은 “아버지가 지켜본다는 생각보다 KT를 이길 생각만 하고 있다. 올해 DB가 KT에 2승을 거뒀는데, 충분히 3연승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허훈은 “사실 아버지가 오면 경기가 잘 안 풀렸다. 이번엔 즐기겠다. 아버지 앞에서 ‘보고 있나 세리머니’를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둘은 최근 손끝이 뜨겁다. 허웅은 7일 서울 삼성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20점을 몰아쳤다.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17.4점, 공동 6위)다. 허훈도 6일 울산 현대모비스전 4쿼터 막판 결정적인 3점슛을 꽂아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허훈은 올 시즌 평균 15.6점, 7.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허훈이 지난달 14일 창원 LG전에서 복귀한 뒤 KT는 6연승을 달리고 있다.

허웅은 동생의 경기력을 묻자 “전쟁에 나가는 입장에서 상대 선수를 칭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반면 허훈은 “형이 요즘 슛 밸런스와 감각이 좋더라”며 여유 있게 웃었다.

DB-KT전 입장권은 이틀 만에 매진됐다. DB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관중석 50%(2000석)만 개방한다. 입장권이 금세 매진됐다”고 전했다. 허웅과 허훈은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다. 허웅은 중간 집계 10만표를 돌파해 2002~03시즌 이상민의 기록(12만354표)을 넘어설 기세다. 허웅은 “팬들의 많은 관심에 감사하고, 거기에 걸맞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 홈 경기이니까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작년에는 작은아들이 팬 투표 1위를 했으니, 이번에는 큰아들이 받아야지. 훈이가 거기까지 넘보면 안 되지”라고 했다. ‘허재는 올스타 팬 투표를 누구 찍을까’라고 묻자 허웅은 “훈이 찍어줘야죠. 안 그래도 표도 모자랄 텐데”라며 여유를 부렸다. 허훈은 “전 압도적인 2위로 만족하겠다”라고 인정했다.

형제에게 코트 밖에서 서로의 매력을 말해달라고 물었다. 허웅은 “딱히 없지만, 구릿빛 피부로 답하겠다”고 했다. 허훈은 “형은 뽀송뽀송한 피부로 보호 본능을 일으킨다. 다르게 말하면 비리비리하다는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