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래서 뺐는데도 똑같다···검붉은 거품 소변, 이 병의 함정 [건강한 가족]

신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

 

콩팥(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거르는 생명 필터다. 요즘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늘고 있다. 콩팥이 망가지면 폐기물이 가득한 쓰레기장처럼 체내에 노폐물이 쌓여 온몸이 오염된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없고 쉽게 피로를 느끼고 소변을 배출하지 못해 온몸이 퉁퉁 붓는다. 결국 투석 치료로 콩팥의 여과 기능을 대신해야 한다.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 콩팥이 보내는 위험 신호와 콩팥을 망가뜨리는 요인을 살펴봤다. 

소변 검붉거나 거품 심하면 콩팥 기능 검사를

소변은 일상에서 콩팥 상태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다. 온몸을 순환하는 혈액은 콩팥 내 사구체에서 포도당·아미노산 등 필요한 것은 걸러내 다시 흡수하고, 크레아틴·요산 같은 노폐물은 소변으로 만들어 배출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문주영 교수는 “소변의 색·성상 등 물리적 상태 변화를 관찰하면 콩팥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소변을 봤을 때 색이 검붉다면 혈뇨를 의심한다. 소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혈액이 섞여 노란 소변 색이 검붉게 변한다. 일반적으로 색이 붉을수록 바깥쪽인 방광·요도 이상을, 흑갈색·커피색 등으로 어두울수록 더 내부에 위치한 콩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 비누를 풀어놓은 듯 거품이 심한 거품뇨도 콩팥 이상을 알리는 신호다. 콩팥에서 걸러져야 할 단백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혈뇨·거품뇨가 반복적으로 관찰되면 콩팥 기능을 점검한다.

소변 농축 능력 떨어지면 밤 소변 늘어나

소변을 보는 패턴 역시 달라진다. 특히 밤에 유독 소변량이 늘어났다면 콩팥 기능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밤에는 항이뇨 호르몬의 작용이 약해져 소변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중앙대병원 신장내과 신정호 교수는 “콩팥 기능 저하로 소변을 농축하는 능력이 떨어져 밤에 더 많이,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린다”고 말했다. 야간뇨라고 무조건 신기능 저하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전립샘비대증은 낮에도 밤에도 자주 찔끔찔끔 소변을 본다.
 
약 먹어도 만성질환 관리 안 되면 위험 징후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을 때도 콩팥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징후다. 대한신장학회에서 투석 치료 등이 필요한 말기 콩팥병 환자의 원인 질병을 분석했더니 1위가 당뇨병, 2위가 고혈압이었다. 전남대병원 신장내과 배은희(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혈압·혈당이 높은 채로 지내면 콩팥을 이루는 혈관이 서서히 병든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병으로 혈액 속 노폐물을 거르는 콩팥 사구체의 여과율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해 약을 먹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고, 혈당이 치솟아 눈에 당뇨합병증이 생기는 식이다. 혈압·혈당 수치는 나빠지지만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만성 콩팥병 고위험군인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매년 놓치지 말고 초기 콩팥 손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정밀 소변 검사인 미세단백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암 환자는 콩팥 건강 신경 써야

암 환자도 콩팥 기능 약화에 주의해야 한다. 중앙대병원 신장내과 황진호 교수는 “치료를 위해 신독성이 있는 항암제를 쓰거나 암 전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조영제를 사용하는 CT를 촬영하다 콩팥 기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 위험이 2.3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드물게 암세포가 콩팥을 침범해 기능을 약화하기도 한다.

진통제는 5일 이내로만 사용
 

진통제는 콩팥과 상극이다. 콩팥을 보호하는 진통제 성분은 없다. 만성 콩팥병 환자가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했을 때 이부프로펜·나프록센·케토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콩팥 손상이 없는 20대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순식간에 콩팥 기능이 나빠졌다는 연구도 있다.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다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콩팥을 챙기면서 안전하게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는 기간은 5일 이내다. 진통제를 먹은 후 소변량이 급격히 줄고 손발이 붓고 옆구리 통증이 생겼다면 콩팥 기능 저하를 의심한다.

저탄고지 식단이 콩팥에는 치명적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 다이어트도 콩팥에는 독이다. 은평성모병원 신장내과 반태현 교수는 “소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은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장기간 고단백 식단을 먹으면 콩팥 혈류량이 늘면서 사구체 압력이 높아지고 과 여과를 유발한다. 결국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단백뇨가 생기고 콩팥이 손상되면서 만성 콩팥병 위험이 커진다.

 고대구로병원 신장내과 고강지 교수 연구팀이 콩팥 기능 감소가 없는 고단백 섭취군 1000명을 대상으로 콩팥 기능을 평균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총단백과 적색육 섭취량이 늘수록 콩팥 기능이 빠르게 감소해 말기 신부전 발생 위험도가 높아졌다.

살찌면 사구체 여과율도 떨어져

비만은 그 자체로 만성 콩팥병 위험 인자다. 비만으로 증가한 지방이 콩팥을 압박해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진다. 세계신장학회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을 36%나 높인다. 국내 연구도 비슷하다. 

세브란스병원 유태현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비만도에 따라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 유병률을 추적·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일수록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이 높았다. 체질량 지수가 22.9 이하인 일반 체중군은 만성 콩팥병 유병률이 6.7%였지만 체질량 지수가 35 이상인 고도 비만군은 유병률이 25.2%로 네 배나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