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경쟁 6ROUND] 라운드 1: 인공지능(AI)

지난 12월 7일 미국 하버드 대학교 존 에프 케네디 대학원 산하 '벨퍼 기술안보 연구소'는 미·중 기술격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6가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개되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 국면을 자세히 평가했다. 경쟁자인 미국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바라본 미·중 기술경쟁 양상은 어떠한지 분야별로 살펴보자.

21세기의 도래를 기념하기 위해 1999년,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 보고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였다. 동물 복제, 자동차에 설치된 말하는 전자 로드맵, 담배 한 갑만큼 작은 고성능 컴퓨터 등… NASEM은 "어제의 공상과학 소설이 오늘의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담대하게 미래 세상을 예견했다.

그러나 하나 간과한 것이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보고서가 구상했던 미래에는 중국이 존재하지 않았다.
타임스지 특별 호 'Beyond 2000' 역시 확신에 찬 어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21세기 산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인구는 너무 많은데 GDP는 너무 작다." 실제로 당시 중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남미 소국 가이아나나 필리핀과 비슷했다. 당시 판단으로는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10년도 안 돼 판도가 뒤바뀌었다. 중국은 다국적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는 저비용 제조 대국으로 성장했고,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당시 저명한 중국 학자였던 윌리엄 커비를 비롯해 많은 사람은 여전히 중국을 "규칙에 얽매인 주입식 학습자의 땅"이라고 생각했다. 혁신은 권위주의 체제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free thinker'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믿음이 유효할 때였다. "중국은 오직 모방만 가능하고,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또 한 번 강산이 바뀐 지금, 중국은 미국의 기술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전(前) 미 중앙 정보국 윌리엄 번즈 국장은 기술 경쟁을 ‘미·중 대립의 주요한 장’으로 꼽았다. 중국은 2020년 15억 대의 스마트폰과 2억 5천만 대의 컴퓨터, 2천5백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여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하이테크 제조국이 되었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이 AI, 5G, 양자 컴퓨팅(QIS), 반도체, 생명 공학 등 21세기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의 중대한 경쟁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벨퍼 연구소는 이대로라면 중국이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前) 구글 회장이자 미국 국방부 혁신 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에릭 슈밋은 "많은 미국인이 여전히 중국에 대해 구시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이제 신흥 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주도권을 빼앗아가려는 중국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추세가 바뀌지 않는 한, 2030년대에 미국은 더 큰 경제,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 더 광범위한 신기술과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를 갖춘 중국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OUND 1: 인공지능(AI)

인공지능(AI)은 향후 10년 내 경제 및 보안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기술이다. 에릭 슈밋은 AI 분야에서 “중국은 이제 (미국의) 전방위적인 경쟁자”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AI 기술이 적용된 상품, 연구 간행물 및 특허 개수, 국제 대회 결과 등의 주요 지표를 통해 증명된다.

중국의 AI 기술이 적용된 상품은 이미 전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지 오래다. AI 음성인식 분야에서 중국 기업은 영어를 포함한 모든 언어에서 미국 기업을 능가하고 있다. AI 음성인식 선도 기업인 중국의 아이플라이테크(iFlytek·科大訊飛·커다쉰페이)는 전 세계 7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애플(Apple)의 시리(Siri) 사용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AI 핀테크 분야에서도 중국의 성장세는 거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챗 페이(Wechat Pay)의 중국 사용자는 9억 명으로, 미국 애플 페이(Apple Pay) 사용자 4400만 명을 압도한다. 미국인의 3분의 2가 여전히 신용 카드 결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도시에 사는 중국인 90%는 주로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다. 2020년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총 거래 규모는 42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돈 4경 9800조 원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러한 모바일 결제는 개별 소비자 행동에 대한 세분된 데이터를 생성하며, AI 기반 개인 신용도 평가 등 다른 핀테크 기술을 개발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쓰인다.

AI 안면 인식 분야에선 사실상 경쟁자 없는 중국의 ‘독주’가 이어진다. 미국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기술 악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동안, 중국 센스 타임(Sense Time)과 메기브(Megvii)등의 기업은 단 몇 초 만에 14억 중국인의 신상정보를 개인 식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10대 고(高)부가가치 AI 기술 스타트업 중 7개는 미국에 3개는 중국에 있다. 여전히 미국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러나 AI 기술 관련 벤처캐피털 투자 중 50%는 중국 스타트업에, 40%는 미국 스타트업에 유치됐다. AI 기술 연구 및 개발 면에서도 중국의 투자가 미국을 따라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탠퍼드 대학이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AI 분야 학술 논문 피인용 횟수는 2019년보다 35% 증가해 미국을 추월했다. 딥러닝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보다 6배 많은 특허 출판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앨런 인공지능연구소는 이러한 추세라면 "2025년까지 미국은 AI 논문 최다 피인용 국가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중 AI 기술경쟁은 국제 대회장에서 계속된다. 2017년 5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10년 일찍 세계 랭킹 1위 바둑 기사인 커제(柯潔)를 이겼다. 이에 질세라 텐센트도 8개월 후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 파인 아트(Fine Art)로 커제와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뒀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줄어들었음이 또 한 번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이 주최하는 글로벌 기계 독해(MRC, Machine Reading Comprehension) 경진대회에서도 중국의 활약은 돋보인다. 중국 팀은 매년 이 대회에서 1~5위권을 싹쓸이한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International Olympiad in Informatics, IOI)에서도 현재까지 88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미국은 중국에 못 미치는 55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벨퍼 보고서는 중국이 14억 인구를 토대로 한 인재와 방대한 데이터,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 등에 힘입어 AI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미국보다 이점을 지닌다고 보았다. 특히 미국보다 훨씬 많은 STEM 전공자들이 계속해서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의 STEM 학사 학위 소지자는 미국보다 4배 많으며, STEM 박사 학위 소지자는 2025년까지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본토 출생 AI 전공 박사 학위 소지자 수는 1990년 이후로 줄곧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21세기 미국을 위협할 만한 AI 기술 강자로 급부상했다. 그렇지만 아직 승리를 확정 짓기엔 이르다. 벨퍼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이 복제할 수 없는 두 가지의 인적 자본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첫째는 현재 미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AI 슈퍼스타'들이고, 둘째는 미국 특유의 개방성에서 비롯한 넓은 인력풀이다. 중국의 성장세가 매섭긴 하지만, 아직 전 세계 AI 분야 최고급 인재의 절반은 미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또 중국은 고유의 편협성으로 AI 인력풀이 자국 내로 한정되는 반면, 미국은 특유의 개방성과 포용성으로 인력풀을 전 세계 79억 인구로 확장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자료: The Great Tech Rivalry: China vs the U.S. / Graham Allison, Kevin Klyman, Karina Barbesino, Hugo Yen

[사진출처=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