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으로 지어진 내 아파트? 국민 91% "시멘트 등급제 필요"

가동중인 시멘트 공장의 모습. 중앙포토

가동중인 시멘트 공장의 모습. 중앙포토

 
합성수지, 폐타이어부터 인분, 하수 오니(찌꺼기)까지….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를 제조할 때 연료나 원료로 사용하는 다양한 폐기물(순환자원)들이다. 이처럼 폐기물을 태워서 만든 시멘트를 두고 향후 사용 성분 표시, 제품 등급제 같은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과 환경재단 등은 17~1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폐기물 시멘트'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95% 신뢰수준에 ± 3.1%P)이다.

'시멘트 성분 표시제' 설문 조사 결과. 자료 노웅래 의원실

'시멘트 성분 표시제' 설문 조사 결과. 자료 노웅래 의원실

'시멘트 등급제' 설문 조사 결과. 자료 노웅래 의원실

'시멘트 등급제' 설문 조사 결과. 자료 노웅래 의원실

23일 공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집 등을 지을 때 쓰는 시멘트에 폐기물이 들어가는지 모른다는 응답자가 4명 중 3명(75%)이었다. 특히 여성, 20대 등에서 해당 비율이 높게 나왔다.

폐기물을 사용한 시멘트에 성분 표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86.7%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요 없다는 비율은 6.3%에 그쳤다. 다른 제품군처럼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알려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 것이다. 

폐기물이 들어간 시멘트와 그렇지 않은 시멘트를 구분하는 등급제 도입에도 90.5%가 찬성했다. 산업용·비산업용 등으로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4.6%)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폐기물을 쓰지 않은 시멘트로 집을 지을 경우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었더니 88%가 '그러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환경부에 따르면 시멘트 내 폐기물 투입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5%에서 2015년 13%, 2020년 17%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연탄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폐기물을 태워 시멘트를 만드는 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 업계도 '대체 연·원료'(AFP)라는 이름으로 합성수지 등을 활발히 활용한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선 폐기물 시멘트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 특성상 플라스틱 같은 순환자원을 태우는 게 불가피하고, 국내 폐기물 상당량을 도맡아 처리하는 만큼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만든 시멘트에서 나온 주요 중금속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국립환경과학원 측 분석도 지난달 나왔다.

한 시멘트 공장에서 제조 공정에 투입하기 위해 모아 놓은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사진 한국시멘트협회

한 시멘트 공장에서 제조 공정에 투입하기 위해 모아 놓은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사진 한국시멘트협회

반면 공장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제한적 조사 결과로 건강상 영향을 확언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시멘트에 함유된 중금속 종류가 많고, 하루하루 폐기물을 얼마나 태우냐에 따라 배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분석에서도 폐기물 사용량이 증가하면 중금속 농도도 다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시멘트 제조에 쓰이는 폐기물 종류도 무분별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지적하는 게 인분이다. 노웅래 의원실과 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에 따르면 일부 업체가 연 수백t의 소량이긴 하지만 분뇨 폐기물도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더 강력한 규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이들의 주장에 좀 더 손을 들어준 셈이다.

노웅래 의원은 "시멘트 제품에 인분을 비롯한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들어가는데도 관리 기준조차 없는 건 심각한 문제"라면서 "국민의 선택권 보장, 알 권리를 위해서 정부는 시멘트 성분 표시제와 등급제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