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려질 ‘법률가들’은 어떤 모습일까 [Law談-오인서]

2018년 김두식 경북대 교수가 쓴 『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은 인상적이다. 해방 전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배출되거나 활동한 법률가 중 약 3000여명을 데이터베이스화하며 집필했다는 저자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밝고 어두운 면을 모두 담아낸다”는 자세로 써 내려 갔다는 저자의 후기대로 그동안 가려졌던 인물은 물론이고 미화되거나 왜곡돼왔던 일부 인물에 대한 글을 보면 모골의 송연함을 느낀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변호사시험이 도입됐지만 법률가가 되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2012년 1월 3일 서울 신촌 연세데에서 열린 '제1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오전 시험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나오는 모습. 중앙포토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변호사시험이 도입됐지만 법률가가 되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2012년 1월 3일 서울 신촌 연세데에서 열린 '제1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오전 시험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나오는 모습. 중앙포토

 
과거나 현재나 이론 법률가(법학자)가 되기도 어렵고 실무 법률가(판·검사, 변호사) 선발 과정 또한 까다롭다. 대국민 법률서비스 기회 확충 및 대학 교육 정상화 등을 명분으로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변호사시험 제도로 바뀐 지 여러 해가 되었지만, 그 사전 관문인 주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 경쟁은 치열하다. 

지원자들은 학부 성적 관리부터 법학적성시험(LEET) 준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 단계를 무탈하게 넘더라도 로스쿨 학점 이수와 변호사 시험 준비에 애를 써야 한다. ‘변시 낭인’이라는 신조어가 공공연히 나돌고 변호사시험 응시 횟수 제한과 적정 합격률 관련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실무 법률가의 선발 인원보다 지원자가 많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법률가의 직업적 덕목으로 거론되는 고결한 가치, 양심과 용기, 공평무사한 업무처리에서 매력을 느끼는 지원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사회적 지위, 명예, 직업적 안정감에서 찾는다면 무리일까. 물론 정의, 공익, 법치 구현 등에 전적인 가치를 둔 법률가들도 있지만 적어도 전자를 전면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는 법률가들을 가식, 위선, 탐욕적인 모습으로 그려냈다. 풍자를 통해 궁극적으로 법률가들에게 정의와 사랑을 간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해학적이고 비판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시대 법률가들에 대한 풍자화에서 우리 시대 법률가들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투영해 본다.   


법률가들의 행적은 사법 역사의 평가와 심판의 대상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자료를 모으고 집필을 하던지 장차 이 시대 주요 법률가들의 행적을 담은 또 다른 ‘법률가들’의 출간은 필연적일 것이다.  

오노레 도미에는 법률가들을 풍자한 작품을 그렸다. 오노레 도미에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1868년께 작품). 사진 요크프로젝트

오노레 도미에는 법률가들을 풍자한 작품을 그렸다. 오노레 도미에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1868년께 작품). 사진 요크프로젝트

 
전임 대통령 탄핵 및 소추와 재판, 소위 적폐 수사,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수사 구조 개편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과 운용 등 최근 수년 동안의 수사·재판·정책 등 주요 법조 이슈에서 많은 법률가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언급된 바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법률가들이 집권 여당과 제1야당 후보의 지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양 캠프 내에도 여러 법률가들이 활동 중이다. 국민들은 그들의 처신과 역할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있다. 

향후 사법 역사, 더 나아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 시대 주요 법률가들은 어떻게 평가받고 기억될 것인가. 그 종착점은 모두 본인들의 철학과 가치관에 달려 있다. 도미에의 사법 풍자화에 그려진 얼굴들을 다시 한번 경계해야 할 일이다.

로담(Law談) 칼럼 : 오인서의 輾轉反側(전전반측)
법률가들이 일상에서 겪는 경험과 각종 법조 이슈에 대한 소회를 담담한 필체로 소개하여 독자들의 법조 전반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오인서 변호사.

오인서 변호사.

※오인서 법무법인 화인 형사부문 대표변호사. 수원고검장/대구고검장/서울북부검사장/대검찰청 공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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