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후 줄줄이 주가 하락에…李‧尹 “주주 피해 최소화”

‘팥소 없는 찐빵’, ‘BTS 없는 빅히트’…. 

오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모회사인 LG화학 주주들이 현 상황을 온라인상에서 비유하는 표현들이다. LG화학 주가는 지난 2년간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에 대한 물적분할 이슈로 요동쳤다. 

2020년 9월 17일 LG화학 이사회가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의결하자 LG화학 주가가 급락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17일 LG화학 이사회가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의결하자 LG화학 주가가 급락했다. [연합뉴스]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공식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월 13일 LG화학은 종가 100만원을 찍으며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에 등극했다. 하지만 LG엔솔의 상장이 추진되면서 주가는 하락을 거듭해 25일엔 64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2월 5일 최고점인 102만8000원 대비 37% 하락한 수치다. 

잘나가는 유튜브 분할 상장 않는 구글과 딴판   

물적분할이란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주지 않고 모회사가 100% 주주가 되는 형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물적분할은 148건으로 전체 분할의 89%를 차지한다. 물적분할 자체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기존 주주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출렁이는 LG화학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출렁이는 LG화학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G화학 물적분할 주요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G화학 물적분할 주요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분할된 자회사의 지분을 팔거나 기업공개(IPO)를 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떨어져 모회사 주가에 악재로 작용해서다. 이 때문에 소액 주주의 집단 소송이 가능한 해외에선 자회사를 상장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포털·클라우드·유튜브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구글도 모회사 알파벳이 지분 100%를 가진 비상장회사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변호사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하는 경우는 미국이 0.5%, 프랑스 2.2%, 일본 6.1% 등으로 낮은 데 비해 국내는 명확한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분할 상장 뒤 줄줄이 모회사 ‘디스카운트’ 

핵심 사업에 대한 분할 상장 뒤 모회사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LG화학뿐만이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를 분할 상장한 SK케미칼은 SK바사 상장(지난해 3월 18일) 이후 57.9%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바사 주가가 1.8%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각각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와 현대중공업을 분할 상장한 SK이노베이션과 한국조선해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IET가 상장된 지난해 5월 11일 26만9000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3만4500원을 기록해 1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IET의 하락률(7.4%)보다 높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개념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개념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상장한 지난해 9월 17일 1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이날은 8만3000원을 기록하면서 21.3% 하락했다. 역시 같은 기간 12.3% 내린 현대중공업보다 하락 폭이 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각각 분할 상장한 카카오 역시 주가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 평가는 이렇게 냉정하지만 올해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분할 상장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물적 분할된 SSG닷컴이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를 물적 분할 후 상장할 계획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물적분할은 부진한 사업을 털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최근엔 성공적인 사업을 분할한다는 점에서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마지막 날인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 영업점을 찾은 시민들이 청약 접수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LG에너지솔루션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 마지막 날인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 영업점을 찾은 시민들이 청약 접수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대주주 인식 개선, 이사회 책임 강화해야”

정치권과 금융 당국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소액 주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손질하겠다고 공약했다. 동시 상장을 금지하고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이 후보)하거나,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윤 후보)을 주는 방식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 후 상장은 한마디로 기존 주주를 우습게 보는 행위”라며 “신주인수권 등 기존 주주에게 보상을 주는 형태의 대책 마련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대주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사회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 이익을 위해 복무할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