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금천구의 붕괴 위험 빌라 앞을 25일 오전 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건물 3층 베란다 부분이 바닥 쪽으로 처져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위태로운 모습니다. 뉴스1
앞서 24일 오후 5시 30분쯤 금천구 독산동의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빌라가 무너지려고 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 33명이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빌라의 지상 2층 베란다 부분이 건물 본체에서 벌어져 처졌고 창문은 파손됐다.
“옷만 챙겨입고 대피”…전문가 “이례적 현상”
빌라 1층에 거주하는 이연순(63)씨는 “갑자기 피하라는 소식을 듣고 옷만 챙겨 입고 황급히 나왔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제사에 올릴 식재료를 잔뜩 사놨는데, 전부 다 버려야 한다”고 했다.

건물의 지상 2층 베란다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닥 쪽으로 기울면서 붕괴를 우려한 구조당국은 해당 빌라 주민과 옆 빌라 거주자들을 금천구청에서 마련한 임시 대피소로 대피시켰다. 뉴스1
30년 된 건물 2700여 개
금천동 일대에 비슷한 건물이 밀집돼 인근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천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인근 동네에는 30년 이상 된 조적조(벽돌 구조) 건축물이 2700여 개라고 한다. 주민 황모(64)씨는 “일대에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 사고 이후 불안감을 표시하는 주민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전 점검은 사실상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구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 건물은 2004년에 마지막으로 안전점검을 받은 이후 별도의 안전 점검은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래된 건물이라고 안전진단을 강제화할 법적 수단은 없다. 안전진단의 비용 등은 건물 소유주가 부담한다. 안전진단이 주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매년 40년이 되는 건물에 한해서만 간이 안전점검을 한다. 올해의 경우 금천구에서 점검 대상은 62개다. 40년이 되지 않는 사유 건물에 대해서는 강제로 안전점검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고가 없었다면 사고 건물의 안전점검은 9년 뒤에 진행됐을 거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