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 이민균(46) 훈련관이 구조견 '소백'과 핸들러(운용자) 김성환(33) 소방장과 함께 붕괴 건물 27층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30분쯤 안방 쪽에서 청색 작업복을 입은 실종자와 혈흔 등을 발견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실종자 최초 발견한 '소백'이 또 찾아
26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30분쯤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 이민균(46) 훈련관이 구조견 '소백'과 핸들러(운용자) 김성환(33) 소방장과 함께 붕괴 건물 27층 내부 안방 쪽에서 청색 작업복을 입은 실종자와 혈흔 등을 발견했다. 오후 4시쯤 2차 수색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이었다.
소방청은 "'소백'이 석고 벽 쪽을 향해 짖는 등 이상 반응을 보여 이 훈련관과 김 소방장이 붕괴로 인해 출입구가 막힌 석고 벽을 피켈(등산용 도끼)로 부수고 내부에 진입해 혈흔과 함께 작업복 일부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3월에 태어난 '소백'은 2살 때부터 220여 차례 현장에 출동해 생존자 1명과 사망자 10명을 발견했고, 오는 3월 은퇴를 앞두고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청 소속 전체 구조견 34마리 중 도시탐색(붕괴건물) 전문 구조견 21마리와 핸들러 21명을 사고 현장에 투입해 매일 5마리씩 번갈아가면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25년간 재난 현장을 누빈 이 훈련관이 현장을 지휘·통제하고 있다. 이 훈련관의 증언을 통해 추가 실종자 발견의 전말을 재구성해 봤다.

구조견 '소백'. 2013년 3월에 태어난 '소백'은 2살 때부터 220여 차례 현장에 출동해 생존자 1명과 사망자 10명을 발견했고, 오는 3월 은퇴를 앞두고 있다. 사진 소방청
등산용 도끼로 석고 벽 뚫고 실종자 확인
이 훈련관은 "구조견들이 27층 끝 부분에서 계속 이상 반응을 보여 표식을 해뒀다"고 했다. 2차 수색은 오후 4시~오후 5시40분 이뤄졌다. 2차 수색 때는 경찰 수색견(증거 채취견) 2마리도 추가로 투입됐다.
이 훈련관 등은 구조견들이 계속 이상 반응을 보인 27층 끝 부분을 재차 검색했다. 경찰 수색견들도 같은 장소에서 짖었다고 한다.
이 훈련관은 "27층이 붕괴 이후 아래위로 뚫려 있어 28층에 올라가 공기 흐름과 풍향 등을 확인한 결과 28층보다 27층에서 더 강한 반응을 보였다"며 "다른 장소에서는 구조견들이 반응이 없어 오후 5시10분쯤 모두 건물 밖으로 내보낸 뒤 '소백'이 반응을 보인 곳에 김 소방장과 함께 들어갔다"고 했다.

25일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김성환(33) 소방장이 구조견 '소백'과 함께 붕괴 건물 27층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김 소방장은 119구조견교육대 이민균(46) 훈련관과 함께 이날 오후 5시30분쯤 안방 쪽에서 청색 작업복을 입은 실종자와 혈흔 등을 발견했다. 사진 소방청
"좌우 무너져 사람도 개도 기어 들어가"
'소백'이 정면에 있는 벽을 보고 짖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해 이 훈련관 등이 랜턴(손전등)으로 확인해 보니 석고 보드로 된 벽이 무너진 콘크리트 슬래브(판처럼 만든 구조물)에 눌려 20도가량 굽어 있었다고 한다.
이 훈련관 등이 '피켈'로 바닥에서 50㎝~1m 높이 벽에 구멍을 30㎝가량 뚫고 들어가자 가로세로 3m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그 앞에는 콘크리트 슬래브 4층 정도가 샌드위치 패널처럼 무너져 사선으로 누워 있었다고 한다.

25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전문구조대원들이 붕괴가 멈춘 지점인 22층 등 상층부를 중심으로 콘크리트 파편과 철근 등 잔해를 치우면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개가 짖고 앞발로 긁은 곳에 핏자국"
이 훈련관 등은 피켈로 바닥에 있는 콘크리트와 벽돌 등을 긁어내며 정밀 수색을 했다. 그러자 '소백'이 반응을 보인 곳에서 안쪽으로 50~60㎝, 위로 1m 내외의 공간에서 핏자국이 발견됐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수색 중 발을 다친 5살 말리노이즈 수컷 '장고'가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대원들 컨테이너 박스서 '쪽잠'…"마지막 한 분까지 최선"
이 훈련관과 핸들러 등은 현재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임시 대기소에서 쪽잠을 자며 24시간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 훈련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저희 심정은 더 빨리 실종자를 찾아 안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지만, 수색 시간이 지연되면서 (실족자 가족들에게) 죄송스럽고 가슴이 아프다"며 "저희 부모와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한 분까지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의 39층짜리 건물에서 23~38층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