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발 인력 비상…의료·치안이 위험하다

지난 21일 경기도 시흥경찰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26일까지 확진자는 모두 37명이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까지 한꺼번에 격리되자 시흥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기남부청 경찰기동대가 주야간에 30명씩 투입돼 관내 번화가 등 순찰 업무를 지원한다. 더 심각해지면 24시간 돌아가는 112상황실은 12개의 지구대·파출소를 4개씩 묶어 권역별로 통합 운영하고 4교대를 3교대로 바꾸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맡던 일을 한 사람이 맡는 식인데, 한 달씩 장기 지속할 순 없지만 짧은 기간이니 감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자는 시흥서 인력의 4%다. 확진자가 더 늘면 치안 부재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시흥서 사례는 오미크론의 폭발력을 보여준다. 의료·치안·통신 등 사회 필수시설에서 집단감염이 10%를 넘기면 마비 상태로 번질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 1만3000명 선에서 벌어진 일로 시흥서가 비명을 질렀는데, 앞으로 3만 명이나 많게는 20만 명이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 3만 명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2월 말 하루 10만~20만 명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확산세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이미 전국에서 1만24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27일 0시 기준 환자는 1만5000명 안팎으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 20만 명의 확진자가 일주일 이상 쏟아진다면 인구 2.7%가량이 격리 상태에 있게 된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최소한의 인원으로도 기능이 돌아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기 대응 전략이 업무지속계획(BCP·Business Continuity Plan)이다. 사회 필수시설 마비를 줄이려는 대책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지난 18일에야 정부 각 부처에 BCP 마련을 주문했다.  


동네의원 검사 내달 3일 전국 확대 … 재택치료 관리도 할 듯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선 26일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선 26일 서울 강남역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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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때 만든 종전 버전은 오미크론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 시작이 늦다 보니 속도가 더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9일 중대본의 공문을 받자마자 부랴부랴 기존 BCP를 오미크론 대응에 맞게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3000명대로 점프한 상황에서도 ‘아직도 정비 중’이다. 행안부는 복지부와 함께 중대본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전해철 장관이 중대본 2차장이다. 재난관리의 핵심 부처다. 그런데도 지난해 4월 만든 BCP를 따르고 있다. 소방청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28일까지 각 시·도청과 일선서에 내려보낼 계획이다. 112상황실이나 형사 등 교대부서와 파출소나 지구대 등 지역관서, 일근부서(내근) 등 업무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대부서는 4교대를 3교대 또는 2교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핵심 업무의 경우 3순위까지 근무자를 지정한다.

 
오미크론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의료다. 하지만 의료 BCP는 갈 길이 멀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BCP가 뭐냐”고 오히려 취재진에게 물었다. 수도권의 한 거점전담병원 감염관리 책임자도 BCP가 뭔지 모른다. 그는 “간호사 대체인력이 안 그래도 모자라서 힘들다. 수술실 간호사가 집단감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앞이 캄캄하다. 확진돼도 방호복을 입고 투입돼야 한다는 상황을 상상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등 소위 ‘빅5 병원’을 내세워 BCP를 만들고 있다. 최근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들이 BCP를 만들게 해 초안 수준의 방안을 보고받았다. 정부는 빅5가 만든 BCP를 나머지 40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동네 의원 등에 보내 이를 참고해 사정에 맞게 방안을 만들게 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본격 확산에 따른 맞춤형 대응체계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당장 29일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에서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뿐 아니라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설 연휴 직후인 다음 달 3일부터는 동네 병·의원도 코로나19 검사와 치료에 일손을 보탠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고위험군 중심으로 동네 병·의원까지 참여하는 진단검사 체계와 역학조사 체계 전환을 다음 달 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 이전 검사 수요가 늘 것에 대비해 일단 29일부터 전국 256개 선별진료소에서 PCR과 신속항원검사 두 가지 방식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다음 달 3일부터 광주·전남·평택·안성에서와 같이 일반 의심 환자는 전국 431곳 호흡기클리닉뿐 아니라 정부가 지정한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진단,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29일부터 2월 2일까지는 고위험군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의심 환자가 선별진료소에서 PCR 또는 신속항원검사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이어 다음 달 3일부터는 고위험군만 PCR검사를 받을 수 있고 나머지 의심 환자는 신속항원검사 후 양성이 나왔을 때만 PCR검사를 받는다.

 
정부는 동네 의원이 진찰과 검사뿐 아니라 재택치료 관리까지 맡아 하는 ‘원스톱’ 모델을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다. 손영래 반장은 “동네 의원 동참 체계를 의료단체들과 협의 중”이라며 “상세한 계획을 금요일(28일)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